이미지 크게보기

김회평 논설위원

‘미세먼지 세상에서 살아남기’.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이 꾸린 기획상품 슬로건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나라 2위였고, 100대 도시에는 44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숨 쉬는 공포가 닥쳤는데도 정부가 지켜주지 않으니 선택은 각자도생뿐이다. G마켓에선 이달 들어 마스크 등 안티 더스트 상품 주문이 폭증했다.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은 경제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공기청정기는 2014년 50만 대가 팔린 틈새 가전이었지만, 필수 가전으로 급부상하면서 지난해 210만 대로 불어났다. 차량용은 물론, 웨어러블 제품도 나왔다. 의류관리기·창문 필터·물걸레 청소기에 미나리·공기정화 식물까지 클린·그린 상품이 특수를 누린다. 봄 초입인 지난 주말 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 주문은 예년 추세와 거꾸로 크게 늘었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그늘이 드리우는 곳은 더 많다. 오프라인 매장, 특히 길거리 소비가 많은 골목상권에 미세먼지는 치명적이다. 야외 관광처럼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수요까지 감안하면 전체 소비는 감소 중일 것이다.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1회용 마스크는 최소 1000원, 3∼4인 가족이면 한 달 10만 원이 기본이다.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달거나 미세먼지 측정기를 구입하는 가구도 늘었다. 미세먼지가 초래한 가외 지출이다. 월급이 뻔한 처지에서 가처분소득을 깎는 결과를 낳는다. 아이와 함께 캐나다·괌 등으로 장기 피신하는 관광상품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1회용 마스크를 며칠씩 쓰는 사례가 적잖다. 미세먼지 대처 양극화를 뜻하는 ‘더스트 디바이드’다. 서민 소득 감소·빈부 격차 확대 등 최저임금 과속 후유증을 무기력한 미세먼지 대응이 더 키우는 격이다. ‘사람이 먼지다’ 패러디까지 나오는 판이다.

문재인 정부가 보는 미세먼지 국내 원인은 경유차와 석탄 발전이다. 경유 소비의 80%가량이 영세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화물·택배차 등 수송용이다. 경유세를 올려야 하는데 ‘서민 증세’ 반발이 두렵다. 문 정부는 석탄 발전을 줄이는 대신 LNG로 전환하려 한다. 그러나 LNG도 석탄보다 덜하지만,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전기요금 인상이 뒤따른다.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면 난제 하나는 확실히 해결되는데도 마이웨이다. 미세먼지가 이래저래 ‘제2의 최저임금’이 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