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용덕 한화 감독이 스프링캠프인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타자들을 향해 배팅볼을 던지고 있다. 한화 제공

- ‘홍길동’ 한용덕 한화 감독

이리저리 다니면서 진두지휘
마운드 올라 타자 향해 투구
수비 강화위해 펑고도 날려

훈련시간보다 집중력에 무게
송구 실수에도 “괜찮아” 격려
현실 안주말고 도전정신 강조

“선수들 실력 눈에 띄게 향상
내부경쟁 치열해져 마음 든든
올 시즌 기대…팬 성원 보답”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용덕(54) 한화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한시도 앉아 있지 않는다.

7일 고친다구장에서도 한 감독은 오전 10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훈련을 진두지휘했다. 감독이지만, 지켜보는 게 아니라 훈련에 직접 동참한다. 현역 시절 뛰어난 제구력을 과시했던 투수답게 배팅볼 투수를 자처, 마운드에 올라 타자들을 향해 공을 던지고 수비 강화를 위해 직접 펑고를 날린다.

한화 선수들은 그래서 한 감독을 향해 “홍길동 같다”고 입을 모은다. 한 감독은 “말로만 떠들어선 선수단의 동기를 유발할 수 없다”면서 “지도자와 선수들이 함께 부딪히고 호흡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훈련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한 감독은 양보단 질을 중시한다. 훈련 역시 마찬가지. 훈련 시간보단 집중력에 포인트를 맞춘다. 한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훈련량이 많으면 정작 시즌에 들어가 일찍 지치게 된다”면서 “전지훈련에선 몸을 다듬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에선 체력과 기량을 모두 완벽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는 없다는 뜻. 내야 홈 송구 연습 도중 실수한 선수가 민망한 표정을 짓자, 한 감독은 꾸중 대신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지금은 그래도 돼. 난 네가 잘할 때의 모습만 기억할 거야”라고 격려했다. 그렇다고 해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한 감독은 도전정신을 강조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자는 뜻. 한화 스프링캠프의 슬로건은 변화와 도전이다.

한 감독은 사령탑으로 데뷔한 지난해 한화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한화의 ‘가을야구’는 무려 11년 만이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올 시즌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믿는 구석이 있다. 선수층이 한층 두꺼워졌다. 특히 올해 눈여겨봐야 할 신인들이 여럿 있다. 그중 고졸 신인 노시환은 한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기대주. 한 감독은 “노시환은 공수 모두 3∼4년 차처럼 여겨진다”면서 “타격과 선구안, 콘택트 능력, 그리고 수비와 주력까지 수준급”이라고 칭찬했다. 선수층이 두꺼워진 건 이유가 있다. 한 감독은 지난해부터 주전급 역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신예 발굴, 육성에 공을 들였다. 한화 구단은 한 감독의 뜻을 받아들여 2년째 ‘외부 수혈’을 중단했다. 신예급이 성장하면서 올해 한화의 스프링캠프엔 활기가 넘친다. 모든 포지션에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 자연스레 신구의 조화가 이뤄지고 있다.

선발진은 한화의 취약 지대. 반면 불펜은 무척 강하다. 한 감독은 단점을 보완하기보단 장점을 살리는 걸 선호한다. 한 감독은 “고민한다고 더 나아지는 건 아니기에 선발로테이션은 이제 고민하지 않는다”면서 “그다음(불펜)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감독은 “시범경기선발 로테이션대로 정규시즌을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감독은 지난해 한화의 오랜 염원이었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사령탑 부임 2년 차를 맞는 올해는 팬들의 눈높이가 더 높아졌다. 물론 한 감독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감독은 “선수단의 전체적인 마음 자세,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면서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선수단의 전력이 높아졌기에 올 시즌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무엇보다 내부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게 마음에 든다”면서 “선수 개인은 물론 팀 전력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키나와=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