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기금 집행과 관련,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자는 입법안이 뒤늦게나마 발의됐다. 자유한국당은 1년 간 총 300억 원, 다년 간 총 500억 원 이상을 지원하는 경우엔 국회에 사전보고하고 의결을 거치도록 의무화한 남북협력기금법(法) 개정안을 25일 국회에 제출했다. ‘정권 쌈짓돈’ 변질을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만큼, 조속한 입법화가 절실하다.

남북협력기금은 주민 왕래·교역·경제 협력 촉진을 위해 1990년 제정된 남북협력기금법에 따라 조성된 정책자금이다. 지난 1월 현재 14조1682억5200만 원인 총 조성액 중에 정부출연금이 5조1400억 원,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이 8조 원이다. 준(準)국가예산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사실상 자의적으로 운용해왔다.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도 내역이 비공개다. 구체적 내용을 알지도 못한 채 국회는 총액만 ‘깜깜이 심의’로 넘어간다. 그런 식이니 통일부는 지난해 7월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 명목으로 당초 8600만 원을 요청했으나, 결국은 별다른 검증 없이 100배도 넘는 97억8000만 원을 집행할 수 있었다.

그런 예가 수두룩하다. 수출입은행에 위탁 운영하지만, 심의를 맡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가 친(親)정부 인사들로 채워져 거수기 역할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 로드맵도 없이 남북 경제협력을 적극 떠맡겠다고 했다”며 국회의 감시·견제 역할을 강조한 배경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300억∼500억 원 이상이 아니라 전면적 국회 동의를 의무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