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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환경문제연구소장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최근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완전 해체,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 구성된 이 위원회는 단 3개월 만에 보(洑)를 유지하는 것보다 철거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만들어냈다. 보의 수명을 40년이라 가정하고 계산한 비용편익(BC) 분석은 어처구니가 없다. 보를 철거하면 경제적 손실은 소수력 발전뿐이고, 수질·수생태·친수·홍수조절 등에서 큰 편익이 생긴다는 것이다.

먼저, 수질지표를 보면 퇴적물 오염도와 ‘저층 빈(貧)산소’라는 희한한 것이 있다. 큰 강에 물이 모여 수심이 깊어지면 강바닥에 퇴적물이 쌓이고 여름철에는 그곳에 산소 부족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강바닥에도 실지렁이와 같은 청소동물이 살고 수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지표는 물은 맑아졌지만, 바닥이 더러우니 감점한다는 것이다. 집을 청소했더니 공기는 맑아졌지만, 쓰레기통이 더러워져 나쁘다는 식이다. 이렇게 따져 수질에 수백억 원의 편익을 주었다.

4대강 사업 이후 전국적으로 심한 가뭄이 계속됐음에도 국가 측정망에서 관측된 대부분의 수질은 크게 개선됐다. 보를 만들어 수량이 풍부해지면 희석 작용과 부유물 침강으로 물이 맑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보를 개방하면 수질이 더 좋아질까 해서 수문을 열고 관측했지만, 결과는 훨씬 더 나빠졌다. 수질통계 기초이론도 무시하고 산술평균을 했지만, 수치로 나온 수질개선 효과를 부정할 수 없으니 강바닥이 더러워졌다는 황당한 논리를 추가한 셈이다.

생태계 편익에는 더 황당한 논리가 등장한다. 큰 강은 수많은 지천이 모여 본류를 이룬다. 지천은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빠르며 수면보다 수변공간이 넓지만, 본류는 그 반대다. 이번 생태지표를 보면 유속, 수변 환경, 수변 면적, 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 등 지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일관한다. 즉, 큰 강이 물 없는 개천이 되면 좋은 생태계로 평가받고 수백억 원의 편익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지표가 어류 건강성이다. 금강과 영산강의 보들은 150만 인구의 대전과 광주라는 대도시 하류에 있다. 대도시의 생활하수는 처리장을 거치지만, 생활에 사용된 각종 의약품과 화학물질은 일부 강으로 가서 어류와 양서류에 환경호르몬 피해를 준다. 2007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4대강에서 잡히는 물고기 100마리 중 8마리가 암수한몸이었다. 게다가 당시 영산강에는 기형 물고기가 잡히기도 했다. 선진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하면 많은 물을 강에 채우고 하수 처리수를 급히 희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데도 보를 철거하면 어류 건강성이 좋아진다는 엽기적인 논리가 들어 있다.

4대강 사업은 200년 빈도 홍수(200년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극한 홍수) 대비로 보를 설계하고 준설했는데, 보를 없애면 홍수조절이 더 잘된다며 어떤 보에는 100억 원이 넘는 편익을 넣었다. 또, 보를 철거하면 강바닥에 모래톱이 많이 생겨 경관이 좋아진다는 이유로 수십억 원의 친수 편익도 포함했다. 이렇게 각종 황당한 편익들을 더해 보니 1000억 원이 넘는 보 철거 비용을 지불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국가 대사에까지 이런 황당한 논리와 주먹구구 계산이 등장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는 이 황당한 논리에 속지 말고 선진국의 강 관리 사례를 주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