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전망치 15년만에 ‘하향’
“사업모델 원점서 재검토해야”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5세대(5G)폰과 폴더블폰 중심으로 재편된 가운데 후발주자로 뒤처진 애플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마트폰 혁명’을 촉발해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애플이 시장 변화를 어떻게 따라잡을지가 올해 정보기술(IT) 업계의 향배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애플 아이폰의 연간 출하량이 2억 대를 밑돌면서 역성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애플 아이폰의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5.6% 감소한 1억950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 하반기에 출시될 신제품 3종의 출하량도 6000만 대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올 초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올해 아이폰 출하량을 2억1300만 대에서 2억 대로 하향 조정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2억960만 대를 팔아 전년 2억1580만 대보다 줄어들면서 연간 2억 대 판매에 힘겹게 턱걸이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초 팀 쿡 애플 CEO도 두 달 전 제시했던 2019 회계연도 1분기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실적 전망치를 맞추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애플이 15년 만에 하향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애플은 지난해 말 경영진을 대거 물갈이한 후 서비스 사업 비중을 높여 아이폰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사업 모델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애플의 혁신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아이폰을 이을 혁신제품을 내놓지 못한 채 수익성을 극대화한 고가 정책과 마케팅에만 치중했는데 이 같은 전략이 실적 악화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시장 화두로 떠오른 5G폰과 폴더블폰에서도 애플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삼성전자가 2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완벽하게 접히는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공개하면서 혁신 이미지와 이슈 선점에서도 밀려난 모양새다. 최근 애플은 세 번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한 기술 특허를 등록했지만 출시 여부는 불투명하다. 경쟁업체들이 올해 5G폰을 주력으로 내세운 반면 애플은 내년쯤 5G 아이폰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