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년 될수록 입주확률 낮아
임대업하는 지역주민 반발 등
대학들 기숙사 확충 장애 많아
자취방 비싸고 안전 불안 고통

개강을 앞둔 2월 서울 지역 대학가에 어김없이 ‘방 구하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현상인데도 기숙사 확충 등 교육당국의 대책이 지지부진해 학생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대학동 일대에서 방을 구하던 서울대 2학년 이건호(25) 씨는 “기숙사 입사를 신청했지만 탈락했고, 대기번호 500번을 받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이 씨는 “1학년에게 기숙사의 50%가 할당돼 2∼4학년이 나머지 50%를 나눠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와 함께 방을 구하던 아버지 이기혁(46) 씨는 “1학년 때인 3년 전에도 기숙사를 신청했지만 탈락했는데, 이미 주변엔 비싸고 허름한 방밖에 남아 있지 않았었다”며 “이번엔 발표가 나자마자 재빨리 방을 보러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4학년 김한용(26) 씨는 7일 “지난해 교환학생 자격으로 다녀온 프랑스는 학교 자체 시설이 부족해도 인근 건물이나 사립 기숙사와 제휴를 맺는 형태로 지원해줬는데, 서울은 대학이 많이 몰려 있는 데다 땅값이나 집값 등 문제로 충분한 거주 공간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9월 복학하려다 학교 근처에 마땅한 방을 구하지 못해 복학하는 대신 서울 강남 지역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한 김 씨는 올해 다행히 방을 구해 무사히 복학했다. 김 씨는 “주거 문제만 해결돼도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숙사 확충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임대업에 종사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장애물이다. 김태구 전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학교 주변 임대업자들은 공실률이 높다며 기숙사 증축을 막고 있지만, 월세 시세는 내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재학생 김모(여·24) 씨도 “건물주들이 ‘녹지가 파괴된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숙사 설립 반대 운동을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동구의 16.5㎡(5평) 크기 방을 전세 1억4500만 원에 빌려서 생활하고 있는 김 씨는 “33㎡(10평) 내외의 원룸에 전세금 2억 원을 내고 사는 친구도 있다”고 소개했다.

용케 방을 구해도 환경이 열악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한국외대 재학생 A(여·22) 씨는 “1학년 때 살던 하숙집은 불법 증축공사를 의심할 만큼 비좁고 햇빛도 들지 않는 데다 화장실 물이 방까지 넘쳐흘렀다”고 토로했다. 서울여대 4학년 정효인(여·26) 씨도 “반지하 방에 사는 친구는 창문 밖에서 누군가가 들여다본 경험을 하기도 했고, 집주인이 문을 열고 함부로 들어 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조재연·윤명진·이희권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