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침묵’… 물밑선 與에 동조

- 청와대

고위관계자 “與는 與대로 가고
靑은 국정운영 주체로 일한다”
일부 참모들은 “무리한 판결”

청와대는 김경수 경남지사 1심 판결 결과에 대해 계속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사법부를 강하게 성토하고 있는 여당에 동조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대변인이 밝혔던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며 “여당은 여당대로 가는 거고 청와대는 국정운영 주체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지사 판결이 나온 지난달 30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김 지사 판결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최종 판결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지사 판결에 대해 아직 마이크를 잡고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재판과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계속 밝혔기 때문에 재판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외부로 발언이 알려질 수 있을 만한 자리에서는 김 지사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부터 일했던 일부 참모는 현재 여당과 비슷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기존 판례에 비해 형량도 세고 최근에 현역 의원·광역단체장 등을 법정구속한 사례도 거의 없기 때문에 무리한 판결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판결이 나온 이유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직자 출신 한 관계자도 “‘드루킹’ 측 진술이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판부가 이를 믿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김 지사가 재판장과 양승태 대법원장의 관계를 말했는데 그런 부분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여당의 자제를 요구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것은 강경 대응에 동의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판결문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에서 문 대통령의 책임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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