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공기 가두는 커튼’ 제트기류 약해져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라는데 왜 이렇게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칠까?’

31일 CNN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위터에 미국 중북부 지역에 몰아친 유례없는 한파에 대해 언급하며 “지구온난화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제발 빨리 돌아오라. 우리는 지구온난화가 필요하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워싱턴DC에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해 11월에도 “무자비한 한파가 기록을 죄다 갈아치울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된 것이냐?”며 비아냥거리는 내용의 트위터를 올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지구온난화를 환경론자들의 음모론으로 치부해 왔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기후변화 이론은 ‘중국이 만들어낸 사기’라고 주장했고 지난해 6월에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 협약인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기후 전문가는 2010년 이후 잦아진 비정상적 한파의 원인이 영하 50~60도의 북극 찬 공기의 남하에 있다며 역설적이지만 지구온난화가 한파를 불러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 면적이 꾸준히 감소하고, 특히 2000년대 들어 빙하 면적이 급격히 줄면서 바다와 육지가 햇빛을 흡수하고 열을 대기 중으로 방출해 북극과 중위도 지역 간 기온 차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지구가 따뜻해져 빙하가 녹고 극지방과 중위도 지방의 기온 차가 작아지면서 북극 주변을 돌면서 강한 동서(東西)운동으로 찬 공기를 가둬놓는 커튼 역할을 하는 도넛 모양의 제트기류가 약해졌다는 점이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동서운동보다 느슨한 남북(南北)운동을 하면 북극 공기가 이를 뚫고 나와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와 해당 지역에 유례없는 혹한을 유발하는 셈이다.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이 비정상적인 한파로 이어지는 기상이변을 이른바 ‘온난화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온난화의 역설 탓에 2010년부터 폴라 보텍스(polar vortex·북극 소용돌이)가 반복되면서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 지역에 번갈아 이상 한파를 불러오고 있다. 한 기후 전문가는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되면 유럽 일대에 지구 기온이 떨어지는 소빙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