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통해본 중형 선고 배경

“金,드루킹과 공모한 댓글조작
업무방해 넘어 여론조작” 판단

“국회의원, 공직추천 영향력
영사직 제안…죄질불량”질타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 구속한 재판부가 내린 평가는 혹독했다. 재판부는 “여론형성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 “공직 제안은 죄질이 매우 불량” “변명으로 일관” 등의 표현을 써가며 김 지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김 지사가 그동안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주장했던 바는 30일 재판부에 의해 모두 부인됐다. 법원은 해당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과 김 지사의 주장이 맞부딪힌 부분에서 대부분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김 지사의 ‘전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 씨와 공모해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조작한 혐의를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행된 여론 조작으로 판단했다. 단순히 포털사이트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 이상이라는 의미다. 특히 재판부는 선고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포털사이트 회사들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 공간의 투명한 여론형성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조작이 이뤄졌던 2016∼2018년 김 지사가 국회의원이었다는 점도 중형 선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정권 초기 여권 핵심 인사로 공직 추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점도 무거운 선고의 요인이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고인은 현직 의원으로서 부정한 방법으로 여론을 왜곡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배격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목적 달성을 위해 거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공직 제안까지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특히 재판부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나온 김 지사의 진술들을 ‘변명’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드루킹과 김 지사의 사이를 “상호 의존하는 특별한 협력관계”로 규정했다. 또 킹크랩에 대해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시연한 후에 승인 내지 동의를 받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