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상봉, 제재품목 반출 걸려
타미플루, 내주초 집행 가능성
개성공단 기업인 訪北은 요원

17일 열린 한·미 간 워킹그룹 화상 회의 핵심 의제는 이산가족 화상 상봉과 타미플루 대북 지원 등 대북제재 면제 논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추진 의사를 밝힌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미는 이날 회의에서 설을 계기로 추진한 이산가족 화상 상봉은 대북제재 면제 여부와 절차 등을 추후 더 협의하기로 하면서 상봉은 이른 시일 내 추진이 어렵게 됐다. 화상 상봉을 위해서는 통신 설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북제재 위반 품목에 해당하는 전자기기·광케이블 등의 대북 반출이 필요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 7항은 ‘모든 회원국이 자국 국적 선박이나 항공기, 수송관, 철도 및 차량을 사용해 모든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및 철강 및 여타 금속류의 북한에 대한 직간접적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할 것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 대북 지원 문제는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했을 당시 대체적 합의가 끝난 사안이지만, 한·미는 이날 회의에서 타미플루의 대북 수송 방식에 대한 추가 협의를 진행했다.

정부 관계자는 “타미플루를 보내는 것 자체는 양해가 됐지만 타미플루를 북한으로 수송할 차량과 장비의 대북제재 위반 문제가 있었다”며 “회의에서 이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내주 초쯤에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타미플루 20만 명분을 북한으로 보낼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돌연 연기된 바 있다.

또 북한이 거듭 요구하고 있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시점도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이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개성공단 재개의 사전 작업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업인들은 지난 9일 방북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통일부는 승인 결정을 유보했고, 이날 회의 결과에 따라 통일부가 기업인 방북 승인을 무기한 연기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