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설득한 예쭝광 칭화大교수

학계-시민단체, 원전 복귀운동
대만人, 전력부족 등 겪자 동참

韓, 신한울 건설재개 23만 서명

“학계 주도의 활동과 시민단체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탈원전 정책 폐지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예쭝광(葉宗洸) 대만 칭화대(淸華大) 원자과학원 교수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원자력학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 ‘탈원전 정책하 시민운동과 학회의 역할’에 초청 연사로 나서 대만의 탈원전 폐지 과정을 소개했다. 대만 탈원전 반대 운동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원자력발전으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라는 뜻의 ‘이핵양록(以核養綠·Go Green with Nuclear)’ 슬로건을 내걸고 진행됐고, 예 교수는 학계와 시민사회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 탈원전법 폐지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예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대만의 탈원전법 폐지가 ‘제안→국민청원→국민투표’의 세 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대만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지난 2016년 선거에서 ‘2025년까지 원전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해 당선된 데 따라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뒤 전력 부족과 화력발전 가동 증가로 인한 대기환경 악화 등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그러자 대만 원자력학회 주도로 2017년 12월 말 ‘이핵양록 공투’로 명명된 국민투표 운동이 발의됐고 유권자의 0.01%, 1.5%, 25%의 3단계 동의를 거쳐 결국 지난해 11월 국민투표에서 탈원전법 폐기가 결정됐다. 국민에 의한 탈원전 중단 사례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대만의 원자력 학계와 시민사회는 대중 설득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전문가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강연했고, 원로들이 직접 나서 길거리 서명운동을 벌였다.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과 연예인 등 시민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유명인들도 운동에 합류했다. 예 교수는 “여러 난관과 애로가 많았지만, 학계 주도의 활동과 시민단체의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학계·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탈원전 반대 운동이 활발하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는 지난달 13일 발대식을 한 뒤 한 달 만에 23만 명 서명을 돌파했다. 본부는 “국민 70%가 원전을 전력으로 사용하는 것에 찬성함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