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마스크 일상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4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앞에서 초미세먼지(PM2.5) 주의를 알리는 게시판을 뒤로한 모녀가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서울 최악 초미세먼지 왜

중국發 먼지 6시간 뒤 서울에
굴뚝없는 서해안도 잿빛 하늘

내달15일 더 센 조치 내놓지만
정책변화 없이 脫원전 고수 땐
미세먼지 감소에 근본적 한계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국내외 요인이 중첩돼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14일 오전 11시 현재 서울지역 초미세먼지(PM2.5) 하루 평균 농도는 ‘매우 나쁨’ 기준(75㎍/㎥)을 넘어선 108㎍/㎥로 역대 최고 기록(하루평균 99㎍/㎥)을 뛰어넘었다. 13일에 이어 14일 연속 이틀째 수도권에 발령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시행 이후 세 번째다. 1급 발암 물질인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은 한계에 봉착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늘어가는 추세인 데다 갈수록 중국 공업지대발 미세먼지·스모그가 서해를 건너 한반도를 강타하는 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염원 적은 서해안도 농도 높아…중국발이 문제=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할 때면 ‘굴뚝’이 없는 서해안 초미세먼지 농도까지 덩달아 상승했다. 초미세먼지 이동 경로를 보여주는 국립환경과학원 예보모델을 보면, 중국과 서해를 잇는 붉은 띠가 한반도까지 이어져 남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로 넘어오기 시작한 지난 11일 서해의 옹진소청초 해양과학기지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농도는 서울보다 약 80% 높은 70㎍/㎥로 확인됐다. 이후 계절풍인 북서풍을 따라 중국발 초미세먼지는 6시간이 지나 서울 도심을 뒤덮었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통합대기질예보센터장은 “국내 미세먼지 발생에 있어 중국을 포함한 국외 평균 영향은 연간 최대 60∼80%로 높아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초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14일 베이징(北京)의 가시거리는 50m에 그쳤다.

◇17일 재상승 우려…지구온난화로 대기정체 가속=기상청은 16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영하 1도로 예보됐으며 17일부터는 낮 최고기온이 영상 3도로 올라가 24일까지 낮 최고기온이 영상권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온이 상승하면 덩달아 미세먼지 농도도 함께 상승하는 공식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장 센터장은 “깨끗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되면서 찬 기온이 유입돼 기온이 떨어지게 된다”며 “기온이 상승하면 오염된 공기가 유입되고 기류까지 느려지면서 축적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북극 기온을 끌어올려 한반도와의 기온 차를 좁히고 바람 순환에 지장을 주면서 대기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

◇원전 줄이고 화력발전 늘리는 조치로는 한계=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유연탄과 유류 등 화력발전 비중이 증가하고, 미세먼지 유발이 적은 원자력 비중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어떤 경우에도 원전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추진 중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월 15일부터 5등급의 노후 경유차를 비상저감조치 때 운행제한하는 등 새 저감방안을 시행키로 했지만 중국발 고농도 미세먼지가 연일 강타하는 상황에서 저감 효과를 얼마나 크게 체감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베이징=김충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