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인건비 경감’ 무인주문기 확산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6일 시민들이 무인주문기를 통해 메뉴를 고르고 있다. 무인주문기 확산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선규 기자 ufokim@

- 정부 ‘이원화’로 속도조절

2년간 급격 인상 부작용 커
‘정권차원 부담올라’ 위기의식
文 ‘2020년 1만원’ 공약파기

노동계 “노동자 배제” 반발
노사 갈등 대립구도 여전해
‘기울어진 위원회’ 재연 우려

정부가 7일 마련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방안은 급격한 시장 수용성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급등하는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자칫 정권 차원에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짙은 위기의식도 배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시스템이 바뀌어도 노사가 구간설정위원회에 참여하는 전문가를 신뢰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란 점이다. 전문가를 추천한다 해도 결국 노사의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어 구조상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는 한 갈등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는 최대한 모양새를 갖추면서 시스템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려는 ‘고육지책’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징후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끊이질 않자 지난해 7월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파기하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은 노사 간 약정 휴일(토요일)을 최저임금 시급 계산에서 제외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정해진 일이지만 2년간 속도가 좀 빨랐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는 “최저임금 정책 속도 조절의 일환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를 추진하고 나선 데 따른 향후 가장 강력한 장애물은 노동계의 반발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하려는 데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동계의 입장이 반영될 여지가 줄어들 것으로 경계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4일 성명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보다 전문가의 의견을 더 반영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최저임금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같은 날 입장문에서 “저임금 노동자 생활 안정을 위한 게 최저임금인데 정작 당사자인 저임금 노동자는 배제하고 누가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결정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집단이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먼저 정하는 절차가 새로운 방식이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도 과거 노사 합의를 촉진하기 위해 공익위원이 인상 구간을 제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노사 위원의 대립 구도 속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이 제시한 최저임금을 채택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야기했다. 노사 양측의 추천을 받아 구성된 전문가들이 구간설정위원회에서 노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면서 대립 구도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