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유명을 달리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故 임세원 교수 눈물 속 발인

“환자 등 모두에게 친절했던 분”
영결식에도 추모객 인파 몰려

지난달 31일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생명을 잃은 임세원(47)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떠나는 길은 엄숙하고 조용했다. 4일 오전 8시 임 교수의 관은 서울 서대문사거리 인근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운구차에 실려 서울시립승화원으로 옮겨졌다. 50여 명의 유족과 지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떠나는 운구차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영하 6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였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다.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여성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앞서 열린 영결식에는 200석의 좌석이 마련됐지만 3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복도와 입구까지 메웠다. 헌화와 추도사 등이 진행된 영결식은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전날 임 교수의 빈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선후배와 환자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우울증을 앓는 아내가 지난 10년 동안 임 교수에게서 진료를 받았다는 백용해(76) 씨는 “무엇을 물어봐도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친절하게 대답해주던 분”이라고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충남 천안에서 올라온 정모(여·54) 씨는 “아들이 10여 년 동안 심한 우울증을 앓으며 목숨을 끊으려 하기까지 했는데, 선생님 덕분에 새 삶을 살고 있다”며 “소식을 듣고 아들도 밤새도록 울었다”고 전했다.

고인이 졸업한 고려대 의대 후배였다는 여성은 “후배들에게 따뜻하고 선배들에게는 늘 공손했던 선배”라며 “20년 동안이나 연락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오게 돼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강북삼성병원 직원 김모(여·49) 씨는 “교수님은 평소 꼼꼼하게 일하시면서 직원들에게도 잘 대해주셨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의료계는 임 교수의 희생을 계기로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성구 대한의학회장은 “이런 끔찍하고 참혹한 일이 벌어질 정도로 우리나라의 의료 현장은 척박하다”며 “사회적 공감을 형성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한 개인의 비극적인 사건일 뿐만 아니라 모든 환자·의료인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임 교수 살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피의자 박모(30) 씨가 조사에서 “머리에 소형 폭탄을 심은 것에 대한 논쟁을 하다가 이렇게 됐다. 폭탄을 제거해 달라고 했는데 경비를 불러서…”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하지만 이는 횡설수설하는 진술 가운데 일부이기 때문에 범행 동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지난달 27일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응급실 내 폭력 사건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의료인 전체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조재연·최지영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