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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미래교육원장

지난 10년간 묶여 있던 대학등록금이 내년에도 동결될 모양이다. 학비 부담이 동결되니 학부모나 대학생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반면에 대학들은 계속되는 재정 상태 악화로 한숨이 나온다. 정치권이 고등교육의 보편화라는 복지로 접근하면서 2011년에는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등록금을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 이상 못 올리게 했다.

교육부는 내년 등록금을 2.25%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선심 쓰듯 고시했다. 하지만 법률에 따라 계산한 것일 뿐 그 내용을 보면 등록금 동결 선언이나 다름없다.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신청할 수 없고,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학은 연간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정부의 각종 재정 지원 사업에 신청조차 할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등록금 동결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교직원들의 호봉 상승분에 시간강사 처우 개선 법제화가 더해져 대학 재정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 대학 기부금도 연말정산 특별공제 항목에서 2014년 세액공제로 전환해 세금 혜택이 줄어들면서 주춤하고 있다. 기여입학제는 아예 금기어가 된 지 오래다. 재원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는 무차별적 외국인 학생 유치나 수익형 프로그램 개발도 마다할 수 없다.

시설 투자나 학술 행사 등 대학 본연의 활동에 들어가는 경비도 줄여야 한다. 강좌 통폐합으로 강좌 수를 줄이고 대형 강의를 늘리니 수업 환경은 열악해진다. 교직원 신규 채용에 인색하니 대학 인력은 고령화하고, 전임교수의 책임시수를 늘리니 연구할 시간이 줄어든다. 교수 연봉도 장기간 동결돼 해외 경쟁 대학과의 연봉 격차가 커지면서 유능한 교수 채용도 쉽지 않다. 세계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잘 버텨온 대학들도 계속되는 등록금 동결에 에너지가 소진되고 있다.

장기간 등록금 동결 속에 입학금 폐지, 국가장학금과 각 대학의 장학금 확충 노력으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거의 반값 등록금이 됐다. 대학교육과 연구의 질도 절반으로 줄까 걱정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등의 환경으로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로, 우수한 한국인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혁신이 필요한 때다. 대학이 혁신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과 연구 역량 강화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의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지출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0∼70%인 동유럽 수준이다.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학생 1인당 지출은 2010년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다.

대학 경쟁력도 세계 10위권에 진입시키려면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의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국가장학금 확충과 함께 대학 경상비 등에 국가 재정을 투입해 대학의 교육 여건과 연구 성과, 국제화 수준과 산·학 협력의 성장동력을 점화해야 한다. 사립대학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제에서 재정 투입이 어렵다면 등록금 등에 대한 간섭과 통제를 중단해야 한다. 대학의 자율을 보장하면 대학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활로를 개척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것이다.

당장 대학등록금의 전면 자율화를 시행하기 어려우면 관련법에서 보장한 한도까지는 자유롭게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대학등록금을 인상하고 동시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의 열정과 의지가 높은 학생을 위한 ‘니즈 베이스(needs base)’ 기반의 장학금을 확충하면 등록금 부담 감소와 대학 경쟁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