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특검도 검토” 공세
민주 “가짜뉴스”… 대응자제

자유한국당은 27일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보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문건 생산 당시 환경부 관계자 4명,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로 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국당은 특히 이런 문건이 환경부뿐 아니라 정부 산하기관 전반에 걸쳐 작성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탄핵’이라는 표현을 입에 올렸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일어난 사찰을 보고 ‘국기문란 행위로 탄핵이 가능한 사안이다’고 했는데 이번 일은 탄핵감이 아닌지 답해야 한다”며 청와대의 해명을 요구했다. 한국당은 이번 사안이 총리실이 아닌 청와대 차원에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더 심각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이날 환경부 문건이 실무자 선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김 전 장관 등을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하기로 했다.

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소속 최교일 의원은 “김 전 장관과 박천규 현 차관, 주대영 전 감사관, 이 전 특감반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오늘 중으로 고발할 예정”이라며 “이들은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24명의 전 정권 인사를 상대로 사표 제출을 종용해 광범위하게 직권을 남용한 자들”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번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답해야 한다며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계속해서 촉구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은 이번 주 내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의 주장이 근거가 빈약한 만큼 지도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설 경우 오히려 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실무 당직자 선에서는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폭로와 한국당의 공세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당이 (김 수사관의 폭로를) 덥석 물었는데 (의혹이)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김이 빠졌다”며 “한국당은 더 이상 가짜뉴스를 양산하지 말 것을 촉구하며 가짜뉴스를 양산한 법적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환경부발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김 수사관이 요구해서 만들고, 위에서는 보고받은 바 없는 찌라시 수준의 자체 생산 문건”이라고 말했다.

김유진·민병기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