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에 각각 321만원 일시불

독일이 ‘영국판 쉰들러 리스트’로 알려진 킨더트랜스포트(Kindertransport·유대인아동 수송정책) 계획 시행 80주년을 맞아 나치 집권 시절 독일을 떠나야 했던 유대인 아동 생존자들에게 일시불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7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부모와 헤어진 채 해외로 이주하게 됐던 유대인 소년 소녀 생존자 약 1000명에게 각각 2500유로(약 321만 원)를 일괄 지급하는 데 동의했다고 미국 뉴욕의 유대인 권익보호단체 클레임 콘퍼런스가 밝혔다. 지급은 오는 2019년 1월 1일에 이뤄진다. 줄리우스 베르만 클레임 콘퍼런스 회장은 “기존에 독일로부터 관련 보상을 받았던 사람이라도 이번에 중복 배상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는 이 역사적인 발표를 위해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약 1만 명의 유대인 아동들을 홀로코스트에서 구해낸 킨더트랜스포트 프로그램 시행 80주년을 맞아 이뤄졌다. 지난 1938년 11월 나치가 독일 전역에서 유대계 상점 7000곳 이상을 약탈하고 3만 명의 유대인을 강제수용소로 보내는 ‘수정의 밤’ 사건을 일으키자 영국은 18세 이하 유대인 어린이들의 영국 입양을 적극적으로 허가해 유대인 부모들이 자식만이라도 안전지역으로 도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그해 12월 2일 프로그램의 첫 결과로 유대인 어린이 196명을 태운 열차가 처음으로 영국 해리치 역에 도착했다. 킨더트랜스포트 프로그램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영국을 제외한 서유럽 전역이 나치 수중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됐다.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영국인 주식중개인 니컬라스 윈턴 경은 ‘영국의 쉰들러’라고 불렸다. 당시 구조된 유대인 어린이들 중에서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영화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연출한 영화감독 카렐 라이츠 역시 수혜자다. 당시 생존 어린이였던 앨프리드 덥스 상원의원은 최근 영국의 아동 난민 수용 지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번 배상 협상을 주도한 스튜어트 아이젠슈타트 클레임스 콘퍼런스 대사는 “이번 조치는 그동안 가족과 떨어지거나 잃고 사는 삶을 견뎌 낸 데 대한 작은 배상이자 정의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그레그 슈나이더 부회장은 “누구도 기차역에서 가족과 생이별하게 되는 어린이들의 고통과 기분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배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독일은 전쟁 이후 나치의 박해로 피해를 본 생존자 6만여 명에게 지금까지 800억 달러(약 90조4560억 원)를 보상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