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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보미 인상요구 잇따라
매달 수십만원씩 부담 커져
‘일·가정 양립’ 불가능해질판

“1월부터 최저임금도 오른다는데, 시급 당연히 올려 주실 거죠?”

서울 강서구에서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워킹맘 A 씨는 하루 4시간 아이를 돌봐주는 이른바 ‘이모님(아이 돌보미)’의 요구로 시급을 8000원에서 다음 달부터 9000원으로 1000원 더 올려주기로 했다. 마포구의 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주부 B 씨도 하루 10시간에 월 190만 원을 돌보미에게 주고 있지만, 최근에 월 200만 원으로 올려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면서 6세 아들을 위해 입주 돌보미에게 월 240만 원을 지불하고 있다는 C 씨도 최근 월급 협의를 하자는 얘기를 듣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C 씨는 “5%만 올려도 월 252만, 10% 올리면 264만 원으로 허리가 꺾일 지경”이라면서 “워킹맘들은 이모님들이 그만둘까 노심초사하고 있고, 철저히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맘카페 등에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10.9% 인상을 앞두고 돌보미들로부터 급여를 올려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워킹맘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정부(여성가족부) 사업으로 운영되는 ‘아이돌보미 서비스’ 비용도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다. 문화일보가 서울의 한 건강가정 지원센터에 문의한 결과, “1명의 아이를 돌보는 데 드는 시급이 다음 달부터 7800원에서 9250원으로 18% 오른다”고 예고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9시간 종일제의 경우 그동안 7만200원이었는데 8만3250원으로 1만3050원이 오른다. 주 5일이면 6만5250원, 4주면 26만1000원이 오른다. 1년으로 환산하면 313만200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웬만한 직장인 한 달치 월급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이 서비스(파트타임+종일제) 이용자만 해도 지난해 2만878명이나 된다.

2년 동안 26%나 오르는 최저임금 인상이 산업현장과 자영업에 이어 아이를 맡기는 가정경제에까지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표방하는 현 정부에서 지난 7일 저출산 대책까지 발표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과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 7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워킹맘 취업자는 287만1000명. 절반 가까운 49.1%가 월 임금이 200만 원 미만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두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후반의 D 씨는 “경력단절녀가 되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7년간 월급이 전부 이모님한테로 갔는데 한 1억 원 정도 되는 것 같다”면서 “아이를 남의 손에 맡겨 놓고 힘들게 일해도 손에 거머쥐는 게 없는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까지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허탈해했다.

방승배·권도경·손기은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