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시급높은 야간엔
알바생 고용 꿈도 못꾼다”

아파트 곳곳 경비원 감축
주민들 “어쩔수 없는 결정”

정부는 지난 8월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확정 고시하며 “양극화 해소와 저소득층의 삶의 질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실은 이와 달리 차갑기만 하다. 2018년 7530원(전년 대비 16.4% 인상)에 이어 2019년 8350원(10.9% 인상)으로 치솟은 최저임금에 자영업자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비원 등 저소득층도 길거리로 내앉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25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백안나(여·70) 씨는 휴일이었던 9일에도 가게에 나와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백 씨는 “앉아서 밥 먹기도 힘든 나이에 중노동을 하고 있다”며 손가락으로 부르튼 입술을 가리켰다. 아르바이트생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일을 한다. 백 씨는 “시급이 더 높은 야간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급 레스토랑이라고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피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구 새문안로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12월 말 문을 닫기로 했다. 점심과 저녁으로 모든 테이블이 들어찼던 이 식당은 경기 침체로 올해 손님이 대폭 줄었고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식당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턴 인건비 부담으로 도저히 수지를 맞추지 못할 것 같다”고 폐업 이유를 설명했다.

인력업체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일감을 찾으려는 저소득층은 장사진을 이루지만 이들을 찾는 손길은 뚝 끊겼다. 동대문구 청량리동에서 인력업체를 운영하는 양모(60) 씨는 최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개업하고 처음으로 도시락까지 직접 싸다니기 시작했다. 양 씨는 “며칠째 공사장이나 식당에서 인력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비원들도 짐을 싸고 있다. 최근 금천구의 한 아파트 게시판에는 “내년 1월부터 경비원을 24명에서 18명으로 감축한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주민들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손우성·조재연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