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저임금 인상 등 여파로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앞 폐업 상가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서울 주요상권 가보니…

“월 200만원 주고 인턴 못써”
“알바생들도 배 곯는 악순환”

22일 뒤면 최저임금 8350원 시대가 시작된다.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9%나 급상승한 최저임금 쓰나미로 익사위기에 놓였다고 하소연한다. 2019년 1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둔 영세업자들은 “이대로 가면 모두가 죽는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뾰족한 대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최저임금 정책에 일부는 “정부가 미쳤다”는 원색적인 반응마저 내놓고 있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8일과 9일 이틀간 찾은 서울 시내 대표적 상권 곳곳은 최저임금 인상이 할퀴고 간 흔적들이 역력했다. 직장인과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광진구 건대입구역 근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16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용남(59) 씨는 최근 포스기(계산기)를 2대에서 1대로 줄였다. 경기 침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마저도 낮에는 직접 점포를 관리한다”며 “16년 동안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영등포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오은영(여·38) 씨는 실습차 파견돼 있던 인턴 2명을 미용학원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턴 1명당 월 200만 원 가까이 되는 임금이 들어가게 되자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 오 씨는 “인턴 여러 명 대신 직접 커트까지 할 수 있는 초급 디자이너 1명을 고용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헤어 디자이너를 꿈꾸며 일을 배워나가던 인턴들은 하루아침에 갈 곳이 막막해졌다. 최저임금 인상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저소득층과 학생들에게도 직격탄이 됐다. 공무원 준비생들로 붐비는 동작구 노량진역에서 만난 보쌈집 사장 김기철(61) 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우리도 공무원 준비생들을 고용할 수 없게 됐고 학생들도 배를 곯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대로라면 자영업자뿐 아니라 저소득층, 학생 모두 죽는다”며 “정부가 미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손우성·이희권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