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해양경찰청 경비선이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수역서 조업하다 南下
채낚기 아닌 저인망쌍끌이

한국수역 넘어와 잇단 퇴거
어민들 “오징어 씨 마른다”
어획량 작년의 절반으로 뚝

동해 북한 수역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는 중국 어선이 올해 처음으로 2000척을 넘어섰다. 해경은 북한 수역에서 남하하며 동해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단속에 나섰다. 울릉도 어민들은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으로 오징어 씨가 마르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7일 경북 울릉군과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동해 북한 수역 조업을 위해 북상한 중국 어선은 총 2304척에 이른다. 북한 수역 조업 중국 어선은 2004년 140척, 2010년 642척, 2013년 1326척, 2016년 1268척, 2017년 1711척으로 증가 추세이며 2000척을 넘어선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어선은 2004년 북한과 중국이 북·중 간 공동어로협약을 맺은 후 매년 7월부터 연말까지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고 있다. 정영환(60) 울릉군 어업인총연합회장은 “서해 일대 조업이 신통치 않으면서 중국 어선이 동해 북한 수역에 대거 진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어선은 울릉도 어민의 채낚기와 달리, 저인망 쌍끌이로 오징어를 싹쓸이하고 있고, 상당수는 남하하면서 울릉도 근처에서 불법 어획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울릉군 소속 어업지도선과 동해 해경 연안 구조정이 울릉도 근해에서 조업하던 중국어선 12척을 5차례에 걸쳐 영해 밖으로 퇴거시켰다.

또 해경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조업하던 240여 척도 북한 수역으로 쫓아내는 등 집중 단속 중이다. 하지만 울릉도 어민들은 1000척이 넘는 중국 어선이 불법으로 조업하지만, 해경과 해군은 3~4척의 경비함 등을 동원해 단속하고 있어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울릉도 어민들은 오징어를 구경조차 할 수 없어 아예 조업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어민들은 “조업에 나서면 하루 100만 원 정도의 기름값만 고스란히 날려 대부분 출어를 포기하고 있다”면서 “중국어선이 10년 넘게 북한 수역에 진출하면서 오징어 어장이 황폐화했다”고 말했다. 울릉도에는 200여 척의 오징어 채낚기 어선이 있다.

울릉군에 따르면 오징어 어획량은 2004년 4671t, 2010년 2896t, 2013년 1774t, 2016년 984t, 2017년 931t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425t에 그쳤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발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중국 어선의 동해 북한 수역 조업 금지 내용이 포함됐는데도 여전히 조업하고 있다”며 “정부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릉=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