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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완전히 길을 잃고 세상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찾기 시작한다. 자신이 있는 곳을 깨우치고, 자신과 세상이 무한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깨닫는다.”(32쪽)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자꾸 가르치려 드는 속성을 의미하는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단어를 대중화시킨 레베카 솔닛. 여성운동을 포함해 다양한 사회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행동하는 지식인 솔닛은 뛰어난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이번 주에 나온 ‘길 잃기 안내서’(반비)도 사려 깊은 에세이다.

위에 인용된 문장은 솔닛이 “삶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인용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문장이다. 소로는 자연에서, 삶에서 길을 잃는 것은 모두 같다며 이렇게 썼다.

솔닛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메논의 ‘지식의 역설’을 가져와 우리가 왜 길을 잃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메논의 질문은 이렇다. “우리는 아는 것은 이미 아니까 탐구하지 않고, 모르는 것은 모르기에 탐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모르는 것을 알 수 있는가.”

사람들은 누구나 삶에서 변화를 원하고, 변화를 통해 삶을 더 확장하길 원하지만, 우리를 변화시키는 그 무엇에 대해 모르거나 모르지만 안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솔닛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소로가 말한 ‘길 잃기’라고 했다. 길을 잃고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낯선 곳에 떨어져야 비로소 자신과 세계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을 잃는 것이 파국에 이르는 것 또한 발견하는 삶이 아니라고 했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도 다시 자기 길 위로 돌아와 변함없이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300쪽, 1만 7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