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금통위… 1년 만에 기준금리 0.25%P 인상

경제뇌관 가계부채 1500조
국민 소득보다 빨리 늘어나
금융불균형 완화에 초점맞춰

美 내달 금리인상 압박 조짐에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도 우려

“상환부담에 소비 더 위축될듯”
내년 동결 또는 1회 인상 예상

최근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연이어 하향 조정될 정도로 경기 하강 전환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는데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기준금리를 인상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증가세 지속에 따른 금융 불균형 심화 가능성과 미국의 발 빠른 금리 인상에 따른 대규모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우려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실물경기만 보면 지금은 도저히 금리를 인상할 수 없는 시기”라며 “하지만 한·미 간 금리 격차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한은이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던져왔던 만큼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도 애매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재 내수 경기 위축 등 우리 경제가 직면한 경기 침체 국면은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한은 스스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0.2%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한은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 궤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 역시 목표 수준에 근접하는 현시점에서조차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내년 금리 인상은 더욱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은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자료를 통해 “앞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10월 전망 경로와 대체로 부합해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투자가 둔화하겠으나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 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금통위는 또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금리 인상은 금융 불균형 완화에 최우선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장기 저금리 시기에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부동산으로 자금 쏠림이 과도한 현상을 보이는 등 부작용이 컸다는 점을 한은이 받아들인 것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놓고 정부와 한은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9월 말 기준 가계부채(가계신용)는 1514조4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7%(95조1000억 원) 늘며 여전히 소득보다 높은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올 상반기 명목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3.3% 수준에 불과했다.

한은이 다소 무리해 보이는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 앞으로 더 심화할 수 있는 경기 침체 국면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비해 거꾸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정책적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응하겠다는 것 역시 주요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의 채권 가격이 급등하고 이로 인해 국내 증시 등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자 그동안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는 크지 않다고 단언했던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내심 긴장한 바 있다.

한은이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동결 내지 1회 정도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하강하는 상태에서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며 소비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고, 주가 상승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만용·박세영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