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서운할 만한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습니다. 장기하와얼굴들, 장미여관이 각각 해체한다는 선언이었죠. 밴드가 정착하기 척박하다는 한국 음악 시장에서 각각 10년, 7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밴드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적잖이 속상한 일입니다.

장미여관의 경우 해체를 두고 멤버 간 내홍이 불거졌습니다. “멤버 간 견해 차이로 활동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는 육중완, 강준우와 “(두 사람이)나가라고 했다”는 나머지 세 멤버의 의견이 충돌했죠. 누구 말이 맞는다고 선뜻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에서 육중완, 강준우는 ‘육중완 밴드’로 활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육중완 밴드’, 이 표현이 왠지 낯설지 않습니다. 육중완이 메인보컬로서 대중적 노출도가 높았고, 예능 활동도 잦았기 때문에 육중완을 중심으로 장미여관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이와 마찬가지로 장기하와얼굴들의 골수 팬이 아니라면 장기하 외 다른 멤버들의 이름까지 외는 이는 드물 겁니다.

이를 두고 한 뮤지션은 제게 ‘밴드의 역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밴드의 사전적 의미는 ‘3∼8명으로 구성돼 각종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도 부르는 는 단체’죠. 혼자서는 밴드가 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대중은 주로 정중앙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보컬 중심으로 밴드를 기억하죠(물론 기타리스트인 김태원을 주축으로 보컬을 바꾸는 부활 같은 그룹도 있습니다).

이 뮤지션은 말했습니다. “보컬도 밴드의 일부예요. 기타, 베이스, 드럼처럼 ‘보컬의 목’도 밴드를 구성하는 악기 중 하나라는 거죠. 하지만 보컬의 매력이 밴드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전문적으로 악기를 다루지 않는 일반 대중은 각 악기를 다루는 솜씨보다 보컬의 목소리와 가창력으로 그 밴드를 평가하니까요. 그래서 보컬이 빠지면 밴드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자기 한 밴드가 떠오릅니다. 요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전 세계를 강타한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이죠. 극 중에서도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가 솔로 활동을 선언한 후 개점휴업 상태였던 퀸이, 정신 차린(?) 프레디 머큐리가 다시 밴드로 합류하면서 그 유명한 ‘라이브 에이드’ 무대에 오르는 장면이 주요 시퀀스로 소개되죠.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기 전 프레디 머큐리를 제외한 퀸 멤버의 이름을 알고 있었나요? 그렇다면 현재도 왕성히 활동 중인 마룬파이브에는 리드 보컬 애덤 리바인 외 누가 속해 있나요? 예전 유행어를 끄집어내자면 ‘보컬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칠 만한 상황입니다.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