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희대가 의학부터 인문학까지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기술개발 및 대외연구 실적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올해의 신진 연구자’에 뽑힌 이 대학 제유진(왼쪽 두 번째)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제자들에게 연구과제를 지도하고 있다. 경희대 제공

- 체계적 산학협력 성과 거두는 경희大

각종 정부 지원사업 연계 목표
지식재산권·마케팅 전략 세워

작년 기술이전 수입 28억원
2015년 이후 3년 연속 증가

한방재료공학과선 특허 출원
中·베트남기업에 수출설명회

비교문학硏 등 인문학 분야도
교육부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

제유진(39) 경희대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올해의 신진 연구자’에 선정됐다. 한국연구재단과 세계 최대의 학술전문 출판기관인 엘스비어가 공동으로, 만 39세 이하의 한국 국적 연구자를 미리 뽑아 세계적 연구자가 되도록 돕는 상이다. 제 교수는 하버드대 영양학과 박사 출신이다. 2012년 9월 경희대에 임용된 후 여러 인구 집단에서 식품 및 영양소 섭취 상태를 파악하고 질병 위험과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영양 역학’ 연구에 힘써 많은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대사증후군 및 우울증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식이 요인 연구도 수행했다. 그동안 암 예방 및 관리 방안 연구를 담아 발표한 국제학술논문이 50여 편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인용기준 상위 1% 논문은 7편이고 총 피인용 수는 1916회를 기록했다.

제 교수는 28일 “연구는 당연히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성과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은 즐거움과 보람, 재미”라며 “그동안의 연구 과정을 돌이킬 때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선배 교수, 영양역학연구실 대학원생들의 격려, 배려,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제 교수의 사례는 한국 과학 기술과 연구·개발(R&D) 의지가 갈수록 쇠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떠올리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연구성과는 우수 인력 양성만큼이나 연구진에 대한 대학 측의 체계적 지원도 중요하다. 두 요인의 종합은 경희대가 최근 기술이전과 대외연구비 수주 실적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배경이다. 연구 분야도 영양 역학 연구, 프로바이오틱스, 건강식품 원료, 대안 공동체 등 의학부터 인문학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산학협력 체계 지원, 기술성숙도 ‘쑥쑥’= 경희대 관계자는 “지난해 기술이전 수입 실적이 28억3000만 원으로 2015년 이후 3년 연속 증가했다”며 “서울캠퍼스의 경우 전년 대비 120%, 수익률은 62% 각각 성장했다”고 말했다.

기술이전 수입의 증가는 산학협력단의 체계적 지원이 큰 몫을 했다. 연구진의 연구와 대학기술지주회사 지원사업(TMC),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사업(BRIDGE+) 등 정부 지원 사업을 연계하기 위해 R&D 단계부터 방향 및 지식재산권(IP) 창출 전략을 도출하고 기술마케팅과 시작품 제작을 지원한다. 이는 연구 결과물의 기술성숙도(Technology readiness Level) 향상으로 이어졌다.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R&D부터 실용화까지 주기의 전 과정을 추적 지원해 성과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나노의약생명과학과 교수의 프로바이오틱스 연구의 경우 이에 힘입어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과 공동임상 연구과제 수주, 시작품 제작 지원을 통한 실용화 기간 단축, 애로기술 후속조치로 재기술 이전 계약이란 연쇄적인 도미노 효과를 낳은 대표적 사례다. 강세찬 생명과학대학 한방재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 3년간 건강식품 원료, 대상포진 치료 조성물, 간염바이러스 치료 조성물 등의 출원 특허 및 노하우 기술 연구를 통해 10억 원의 기술이전을 진행한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중국, 베트남 등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교류회와 수출설명회를 통한 해외 기술이전 및 제품 수출도 청사진이 켜진 상태다.

◇정부도 연구실적 인정해 지원 강화 = 대외연구비 수주 실적도 2015∼2017년 기간에 평균 5% 이상 성장했다. 2017년에 정보공시 기준으로 약 1360억 원을 수주했다. 손혁상 공공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교육부 한국사회과학연구(SSK) 지원 사업 중형단계 연구를 수행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8월까지 약 14억 원의 연구비를 받는다. 김성수 의과대 교수가 소장을 맡은 기초의과학연구소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활성산소 기초의과학연구센터(MRC) 사업에 이어 교육부 지원 대학 중점연구소사업에 선정돼 17억 원을 지원받는다. 김 소장은 “활성산소 연구를 통해 만성질환을 극복함으로써 기초의과학연구소를 의생명공학 분야의 최고 수준의 연구소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한의과대학의 한의학 안정성·유효성 평가 연구소는 보건복지부의 한의 기반융합기술개발사업에 선정돼 받은 33억 원의 연구비를 토대로 신 한방제제를 기존의 항암제와 병용 투여해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인문학 분야에서도 낭보가 날아들었다. 비교문학연구소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2018 인문사회분야 대학 중점 연구소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12억 원을 지원받아 ‘대안 공동체 인문학: 공유와 연결, 지속 가능한 유토피아 연구’를 진행한다. 이재열 경희대 연구처장은 “대학 측이 대형 신규 공모사업 신청경비, 대외연구사업 계획서 검토, 행정 지원 전담인력 등 다양한 연구 지원제도를 통해 연구자들을 전폭적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