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교통·에너지 등 국가 기간시설들에서 사고(事故)가 빈발하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대재앙은 물론 국가 안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특히, 천재지변이 아니라 모두 관리·정비 부주의 등과 관련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정부와 해당 기관의 기강 해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만 해도 고양 유류저장소 폭발, KT 통신구 화재에다 철도 사고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안전(安全)을 강조하고 있지만 구두선은 아닌지 의심된다.

KT 서울 아현지사의 지하 통신구 화재의 여파가 아직 이어지고 있다. 휴대전화 불통뿐만 아니라 상거래는 물론 의료·치안 분야 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D등급이라는 이번 통신구 사고가 이 정도니 A, B, C등급 시설에서 테러나 사고가 발생하면 훨씬 더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 국가 기능 마비가 올 수도 있다. 실제로 통신 핵심 시설의 하나인 KT혜화타워조차 아무런 검문 절차 없이 누구나 들나들 수 있을 정도로 보안이 허술하다는 현장 취재 보도까지 나왔다.

철도 쪽에서는 지난 1주일 동안에만 6차례의 사고가 일어났다. KTX에서 4건, 무궁화호 1건, 지하철 분당선 1건 등 모두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구간이다. 탈선·충돌·화재 등 열차 사고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5.3건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이미 크고 작은 사고가 66건에 이른다고 한다.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 회사에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다는 사장이 부임한 이후 친(親)노조적이고, 남북 철도 협력을 우선시하는 경영이 이뤄지면서 다른 업무 긴장도가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로 열차팀장 등이 부족하자 사무직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내부에서도 사고가 빈발하다가 더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7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유류저장소에서 풍등(風燈) 불꽃으로 인한 폭발 화재가 발생해 17시간이 지난 뒤에야 간신히 진화됐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기억해야 한다. 기간시설 안전이 흔들리면 국가 안전이 위협받는다. 문 정부부터 각오를 단단히 하고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