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우려 구속수사 검토
혐의부인한 朴, 林발언과 배치
고영한 前대법관도 23일 소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장으로 당시 각종 의혹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는 박병대 전 대법관을 이번 주 내로 세 번째 소환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오는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온다.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의 윗선인 전직 대법관들의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과 20일 이틀간 박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조만간 3차 소환할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검찰은 이틀 연속 벌인 조사에서 옛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 개입 혐의 등에 대해 강도 높게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업무는 (법원행정처) 실장 책임하에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박 전 대법관의 진술이 그의 지시를 받은 ‘직속 부하’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주장과 배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 전 차장이 “부적절하지만 죄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만큼, 책임소재가 어떻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둘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임 전 차장 측은 “(우리를) 자극하기 위한 검찰의 의도적 틈 벌리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설사 부당한 지시 사항이 보고서 등에 적혀 있다 하더라도 지위·신분의 남용일 뿐 직권 남용이 아니기 때문에 박 전 대법관과 임 전 차장의 진술 차이는 중요치 않다는 취지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하는 데다 앞서 5개월여 동안 조사한 전·현직 판사들과 크게 다른 진술을 내놓음에 따라 박 전 대법관을 재소환하는 한편,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도 소환한다. 당시 사법부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검찰 수사가 턱밑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지난 7일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을 피의자로, 9일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 상고심 주심을 맡았던 민일영 전 대법관을 참고인으로 각각 비공개 소환 조사한 바 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