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탄핵 공방’ 격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탄핵 소추 방침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사유 증명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야당에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지만, 보수 야권에서는 사법부 독립성 침해 등을 들어 신중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20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탄핵 소추를 촉구한 것과 관련해 “이제 이 목소리를 받아 국회가 탄핵에 보다 심도 있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국법관회의는 공식적 기구이고 구성 또한 민주적으로 결정된 만큼 소수 결정이나 정치 편향 결정이라고 폄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통화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분류해 (탄핵소추 대상으로) 정리한 내용을 갖고 당 지도부와 논의하고 추후 야당과도 협의할 계획”이라며 “아직 탄핵안이 본회의까지 부쳐질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어제 전국법관회의에서 법관들이 의미를 부여한 만큼 탄핵의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법사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법원을 통째로 국회로 가져와서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면 사법부는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결국 대한민국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법원 조직을 정치화하려 하지 말고 수사가 불편부당함 없이 진행되도록 우선 지켜봐야 한다”고 반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금 국회에서 법관 탄핵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사법부에서 먼저 문제를 해결하고 그 뒤에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민주당에선 (고용세습 의혹 관련) 국정조사 문제를 덮기 위해 탄핵 문제를 더 키우는 것 같은데 사법부를 정치화하고 정치 개입 여지를 남기는 듯한 큰 악을 범하는 행위는 삼가길 바란다”고 했다.

최준영·김윤희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