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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

있음이 이익이 되는 것은 없음을 쓸모로 삼기 때문이다.

‘도덕경’ 11장의 끝 구절이다. 노자는 수레 바큇살 30개가 하나의 바퀴통에 모이는데 그 비어 있음에 쓸모가 있고,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 비어 있음에 그릇의 쓸모가 있고, 창과 문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그 비어 있음에 방의 쓸모가 있다고 말한다. 수레의 바퀴통은 요즘은 잘 보이지 않아 금방 감이 오지 않지만, 그릇과 방의 비유는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재질의 그릇이 있고 아름다움도 제각각이다. 그릇을 살 때는 시각적 아름다움과 재질의 튼튼함을 고려하지만, 실제 그릇의 용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빈 공간에 있다. 방 또한 마찬가지다. 나무, 흙, 돌 등 다양한 재료로 방을 만들고 멋있게 장식해 그 아름다움을 찬탄하지만, 방의 진정한 쓸모는 바로 빈 공간에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대개 눈에 보이는 사물에 그치지만, 노자는 눈을 돌려 눈에 보이지 않는 빈 공간도 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유’가 이로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무’가 쓸모 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린다. 이 얼마나 심오한 통찰력인가?

세상은 보이는 ‘유’와 보이지 않는 ‘무’로 구성돼 있다. 인간도 유에 속하는 육체와 무에 속하는 정신으로 구성돼 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보다는 보이는 물질세계를 중시한다. 물질적 이익과 감각적 쾌락을 중시하는 지금은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 그러나 물질적 이익과 감각적 쾌락에 지나치게 경도돼 마음의 중심을 놓쳐버리면 삶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고 그 결과는 참혹하다. 유의 이로움이 무의 쓸모에서 나오듯이 육체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마음의 힘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도 틈틈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중심 잡는 것을 잊지 말자.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