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4일 해질녘쯤 문화일보와 파워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국회 본관 앞 정원에 설치된 국회 캐릭터 ‘희망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 대표는 “새싹 장식을 머리에 꽂은 희망이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상징한다고 들었다”며 “우리 정치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文,의회 중요성 제대로 몰라
적폐청산에 정치적 의도 개입
경제부총리‘원톱’주장하지만
실제론 靑이 다 하는것 아닌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잊어
시장 무시하는 경제정책‘빵점’
기업들 정부 눈치에 벌벌 떨어

다음 총선서 중도개혁 승리뒤
차세대 리더들 뛰놀게 만들 것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어려운 시기에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 극단의 대결 정치와 경제적 혼돈, 안보의 불투명성이 교차하는 대한민국에서 의석 30석에 불과한 원내 제3당을 곧추세워 중도대통합을 이루겠다는 그의 앞길이 평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소속 의원 중에는 여당을 넘보는 이도 있고 제1야당을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다. 청춘의 스타일, 영원한 대권 주자였지만 ‘손학규의 때’는 종종 ‘정치적 타이밍’과 어긋났다. 어느덧 고희를 넘긴 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치판은 여전히 손학규의 존재를 필요로 할지 모른다.

국회 의사결정의 캐스팅보트 정당이자 안철수·유승민을 대주주로 하는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서 원외(院外)의 그가 대표로 선출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손 대표는 “공존의 정신으로, 다당제를 기반으로 합의제 민주주의를 일궈야 정치가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고 역설한다. 그는 중도대통합 정치개혁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손 대표와의 파워 인터뷰는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됐다. 그는 “사진발 잘 받으려고 감색 양복에 자줏빛 넥타이를 직접 코디했다”며 활짝 웃었다.

―당 밖에서 바른미래당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현재 당의 상황을 진단해 달라.

“바른미래당은 밖에선 위기다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하는데 내부적으로는 차근차근 안정이 돼가고 있다. 내가 당 대표가 된 지 두 달이 좀 넘었는데, 처음부터 목표를 ‘1차 통합, 2차 혁신’ 이렇게 잡았다. 그리고 전체적인 목표는 바른미래당을 안정화해 중도개혁 세력의 중심을 잡는다는 틀 안에서 시작한 거다. 우선 양당이 통합했는데 지난 지방선거 때까지 완전히 둘로 나뉘어 있었다. 이번 당 지도부 선출까지 당 사무처도 2개, 월급도 따로, 연구원도 따로였다. 이제 사무처를 하나로 통합해서 한 달 만에 재구성을 마쳐 지금 자리를 잡았고 연구원도 통합됐다. 지난 두 달 동안 실·국별로 사무처 당직자들과 함께 밥을 먹은 게 10번은 된다. 지난주엔 강원 홍천에서 당직자 전체 워크숍도 했고 밤을 새워 같이 술도 하고 했다.”

―당직자를 우선 통합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통합과 단합의 첫 목표로 삼은 게 당직자다. 당직자들이 당의 중심을 잡아야 국회의원이 움직이고 당이 움직인다고 말해 왔다. 그런 워크숍이 있으면 흔히 싸움이 생기는데 전혀 그런 일은 없었다. 1차 통합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 툭하면 노선 채택과 당론 결정을 놓고 충돌이 있다. 그런 와중에 ‘바미(바른미래당)스럽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남북정상회담 국회 비준동의 문제나 사법 농단 의혹 사건 특별재판부 구성 문제 등과 관련해 당 지도부의 입장과 다른 입장이 나와서 조정하는 과정에서 ‘바미스럽다’ 이런 얘기도 나왔는데 나는 상관없다고 본다. 두 당이 합쳤으니까 생각이 다를 수가 있는 거다. 민주정당이라는 게 이념적으로 좌 쪽도 있고 우 쪽도 있는데 여러 견해와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이 있으니까 한마디 오차 없이 다 똑같잖은가.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왜 없겠나. 그런데 반대하는 사람 목소리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이건 너무 빨리 가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왜 없겠나. 의논하고 이견을 조정하고 수정할 게 있으면 수정하고 그런 게 민주적인 조직의 모습이지. ‘바미스럽다’란 말은 우리 당이 취약한 점을 다른 쪽에서 과장해서 얘기하는 건데, 뭐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는 거고.”

―이 당이 통합한 지 1년이 채 안 됐다. 완전히 달랐던, 정치 노선과 이념을 달리했던 두 집단이 이 정도로 온 건 상당한 정도의 통합 성과라고 자평하는 건가.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 상황에선 최선을 다했다. 통합해서 선거를 치렀는데 선거 결과가 아주 엉망이었다. 선거가 좋았으면 더 나았을 텐데. 국회의원이 30명, 실질적으론 26명이라고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광역과 기초의원 합해 겨우 26명 당선됐다. 광역의원이 5명인데 그중에 선출직은 단 한 명이다. 그것도 제주도인데 그건 사실상 기초의원이라 볼 수 있으니까 실제 광역의원은 하나도 안 된 거다. 완전히 빈털터리가 됐다. 그래서 당이 깨질 위기에 있을 때 내가 당 대표에 나선 거고 지금 두 달 만에 여기까지 온 거다.”

―“의원이 30명인데 실질적으론 26명이다…”라고 했는데.

“이상돈 등 비례대표 의원 3명이 사실상 민평당으로 나간 거나 다름없지 않나. 박선숙 의원도 통합하고는 일절 안 나오니까.”

―민평당 쪽으로 기운 사람들도 있지만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과거 바른정당 출신 몇몇 의원이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지고 나서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느냐 뭐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그러나 지금 현재로는 그런 움직임은 없다고 확신한다. 뭐 유승민 의원이 갈 수 있겠나. 갈 수 없다.”

―지금은 아니지만 내후년 21대 총선 시기 닥쳐서는 이합집산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바른미래당의 기초를 튼튼히 해야지. 처음에 선거에 지고 나서 상당히 동요가 있었던 건 맞다. 그때 누가 당 대표가 되는지 두고 보자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바른정당 출신들이 ‘손학규가 됐으니 좀 두고 보자’ 이렇게 했다고 한다.”

―이언주 의원의 행보가 화제다. 다른 당 행사에 참석하고 문재인 정권뿐 아니라 손 대표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비판한다. 소신으로 봐야 할까 좀 튄다고 봐야 할까.

“나는 당 대표로서는 좌건 우건 진보든 보수든 끌어안는 자세, 포용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그런데 당원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탈적 행위를 하면…. 이를테면 다른 당의 청년 대상 강연을 한다고 하면 사전에 당과 상의하거나 최소한 통지라도 해줘야 한다. 당이라는 게 한편으론 통합과 포용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규율과 원칙이 있는 건데. 따라서 내가 당의 대표로서 경고한 거다. 그걸 무슨 소신이라고…. 거기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이언주 의원이 페이스북에 “내 정체성은 반문이다. 대표님 정체성은 친문이냐 반문이냐”고 물었는데, 답을 해줄 생각이 있나.

“나는 경고를 했는데 거기에 대해 친문이냐 반문이냐 묻는 건 도의에 어긋난다. 그리고 우리 정치를 ‘반문연대’라는 구시대적인 대결 정치로 모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내가 지금 추구하는 중도개혁정치라는 건 양극 정치를 극복하자는 것 아니냐. 소위 반문연대, 반 무슨 무슨 연대라고 하는 건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고 그렇게 해서는 이기는 일도 없다.”

―안철수 전 대표는 어떻게 지내나.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 방 하나를 얻어 지낸다고 하던데.

“지금쯤 누가 가서 (안철수를) 만나고 있거나 만나고 왔을 거다.”

―그게 누구인가.

“뭐 누구라고 말해주기는 어렵고…. 당직이 있는 사람은 아니고, 나와 안철수 사이에서 메신저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유럽 여행을 가는 길에 (안철수를) 만나기로 돼 있다고 해서.”

―안 전 대표가 지난 7월 초 “정치 일선에서 손을 떼겠다. 국민이 소환하지 않으면 복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당시 우리 문화일보가 단독 보도(문화일보 7월 9일 자 8면 톱 참조) 했었는데…. 안철수의 정계 복귀 가능성 어떻게 보나.

“아, 복귀하지. 난 복귀할 거라고 본다. 아니면 왜 독일 갔겠나. 복귀하려고 간 거지. 총선 전에는 당연히 복귀하는 거지.”

―총선에 나갈까.

“당연히 나가겠지.”

―내가 아는 정치인 손학규는 ‘보수 대통합’을 꿈꾸는 사람은 아니다. 정치개혁, 정치구조의 개혁을 구상하는 것 아닌가. 설명해 달라.

“분명히 그렇다. 정계 개편이란 말은 내 머릿속에 없다. 정치개혁, 정치구조의 개혁이다. 우리 정치 지형이 왼쪽으로 꽤 이동했다. 원래 우리나라 전통 야당은 중도정치 세력이었다. 김대중도 그랬고. 지금 전체적인 지형이 왼쪽으로 가면서 여당이 전체적으로 중도에서 왼쪽으로 갔다. 지금 중도는 비어 있다. 한국당은 국회의원이 110여 명이나 되지만 지난 촛불 혁명과 박근혜 탄핵으로 극우화하고 이미 망했다고 본다. 국회의원 수만 유지할 뿐 정치적인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중도를 중심으로 해서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성향으로 분리돼 나올 사람들이 중도개혁의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할 텐데, 바른미래당이 그 중심이 되겠다는 거다.”

―그럼 우리나라 정치 구도는 어떻게 바뀌는 건가.

“지금 보수 대 진보로 양분돼 있는데, 앞으로는 진보당과 중도개혁당 이 둘이 양대 축을 이루고 진보보다 더 왼쪽에 있는 세력, 그리고 한국당 일부를 포함한 극우 보수 세력, 이렇게 크게 4개 세력으로 재편될 거다. 다음 총선에서 지금의 민주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중심이 되는 중도대통합 정당이 2당이 될 거고. 극우와 극좌 중에서 3당, 4당이 나온다. 또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지면 5당, 6당 등 군소정당들이 들어설 거다. 나는 그걸 꿈꾸고 있다.”

―이상적인 다당제 시스템이네.

“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대결, 이런 극한 대결의 정치에서 벗어나서 합의제 민주주의를 이루자는 거다. 그렇게 해서 연정, 연립정권을 이루는 게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 정치적 안정 없이는 경제 발전도 없다. 지금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지만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박근혜 정부 때 4대 개혁 얘기했지만 뭐 하나 된 게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90%, 80% 이런 대중적 지지율을 갖고서 국회를 밀어붙여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50%대 지지율 갖곤 앞으로 야당이 말을 안 들을 거다. 그럼 꼼짝 못 한다. 의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고 내각이 행정의 중심이 되는 체제로 가야 한다. 지금 대통령은 의회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을 못 하고 있다. 이걸 바꾸자는 거지.”

―바른미래당이 중심이 되는 중도대통합 정당이 다음 총선에서 2당이 될 거라고 했는데, 결국 당이 어떤 미래 비전을 보여주느냐가 관건 아닐까. 그게 소속 의원들의 이탈을 막아내고 구심력을 강화하는 토대가 될 거고. 내년 총선에서 몇 석을 목표로 하나.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변수를 배제하고 지금의 300석 기준으로 보면 100석 정도는 가능하다.”

―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오나.

“우선 제1당, 민주당이 단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다. 120∼130석 정도 될 것이다.”

―민주당이 과반이 안 된다….

“안 된다.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안 된다. 앞으로 (2020년 4월 총선까지) 1년 반 뒤다. 그때 되면 경제는 더 나빠질 거고, 안보도 불안하고, 새로운 정부의 잘못 같은 것들이 마구 나타날 테고 국회가 움직이고 하면 절대로 150석이 안 된다. 바른미래당 중심으로 중도대통합을 통해 모인 중도개혁당이 100석을 하게 된다. 난 이런 미래를 보고 당 대표를 맡은 거니까. 나머지 70∼80석 갖고 한국당과 정의당 이런 식으로…. 민주당은 절대 과반 못 한다.”

―한국당의 미래를 너무 박하게 평가하는 것 아닌가.

“한국당은 지금 모습을 보면 극우 냉전 보수로 저쪽 한 귀퉁이에 찌그러져 있을 거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보수대통합’보다는 ‘반문 네트워크’ 얘기를 했다. 보수정당 간 통합보다는 각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반문을 기치로 연대하자는 것으로 들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아까 얘기했듯 반 무슨 연대, 그런 거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양극단 정치, 극한 대결 정치의 산물이고. 그건 또 이념적인 것이 아니고 정치적 집합화이기 때문에 전혀 바람직스럽지 않고 우리 프레임에 맞지 않는다. 철저하게 정치적 이념과 바탕 위에 철학과 가치를 쌓고 다당제적 정당 구조를 갖춰야 한다.”

―확인하자면 ‘반문 연대 네트워크’ 이런 거엔 관심이 없는 거네.

“그 자체 개념이 잘못됐다. 정치를 극한 대결 정치로 퇴행시켜선 안 된다.”

―손 대표가 구상하는 정치개혁, 정치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데 될까.

“지금 반반인데 쉽지는 않다. 우선 집권여당이 워낙 (반대 분위기가) 세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문 대통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동의했다고 얘기하고 있고, 믿고는 싶은데…. 한국당도 문제다.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하면 보수표는 우리한테 온다, 1당이 못 돼도 최소한 2당은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을 거다. 한국당을 보라. 전부 다 발기발기 찢어져 있다. 우리나라를 어떻게 만들어가야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21대 총선에서 다시 양당제로 복귀할 거란 예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아 그럼. 당내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꿈틀거리는 거다. 그런 사람들이 볼 땐 손 대표 생각은 이상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한국당과의 통합에 너무 선을 긋지 말라’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그래도 진보로 가야 하는데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우리가 제대로 뿌리내리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생각,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기본적으로는 연동형 비례대표가 도입돼야 한다. 하지만 독일식보다는 석패율 제도 도입이 낫다고 생각한다.”

―지역구에서 떨어진 사람도 구제하는 장치 말인가.

“그렇지. 지역구 출마자가 비례대표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거, 나는 그런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지역 간 정당 편차를 되도록 줄이는 거다. 그렇게 하면 호남에서도 한국당 출신 의원이 나올 수 있고, 영남에서도 민주당 의원이 나온다. 민주당 사람들이 영남에 가서 정치 활동을 계속하고. 한국당 사람들이 호남에 가서 정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이렇게 보혁이 같이 어울리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심상정(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도 석패율제에 대해 설명하고 권고를 했다.”

―중대선거구제는 어떤가. 한국당, 특히 수도권과 부산·경남(PK) 중진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던데. 다음 선거에서 자신들의 당선을 보장받으려는 행태라는 비판도 있는 거 같고.

“지난 지방선거를 보면 중대선거구가 적절한 제도가 아닌 거 같다.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지역은 두 석이고 세 석이고 다 여당 차지가 될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의원 정수 늘리는 것도 찬성하나.

“그렇다. 국회의원에 들어가는 예산 지출 총액을 지금 수준으로 묶어놓고 그 안에서 정수를 늘린다면 국민도 반대 안 할 거다. 그런 정도는 국회의원들이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독일의 경우엔 300 대 300인데…. 학자들이 얘기하는 거 있잖은가. 240 대 120 정도.”

―정치학 교수 출신이다. 정치학자의 눈으로 보기에 문재인 정권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는 건가.

“민주주의 아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모든 권한을 행사하면서 대통령 측근의 소위 실세정치가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군 최전선 비무장지대(DMZ)에 가면서 어떻게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을 거느리고 다닐 수 있나. 이번에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을 갈고 경제부총리를 ‘원톱’이라고 억지로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청와대가 다 하는데 부총리가 하는 것처럼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지금 언론에 계시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언론의 자유가 과연 있다고 보나. 이게 어떻게 민주주의냐.”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사람 아닌가.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의 모든 게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고 대통령 실세 측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경제만 해도 경제부총리가 경제 수장이라 하면서도 청와대 정책실장, 일자리 수석,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이 있다. 최소한 공식적으로만 부총리 위에 네 사람의 경제 ‘상전’이 있다. 모든 게 청와대 중심이다. 민주주의는 나누는 건데, 이걸 민주주의라고 해야 하나.”

―청와대가 정부 우위에 있어 이런 일이 생긴 거 같다. 경제에 있어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실상 원톱이라는 말로 들리고.

“내가 대통령한테 정책실장 자리 없애라고 했다. 그게 안 통하니 나중엔 투톱 교체 때 그냥 부총리만 임명하고 정책실장 자리는 비워두라고 건의했다. 대신 부총리를 시장 친화적이고 실용적인 시장주의자로 임명하고 거기에 모든 걸 맡기라 했는데 말을 안 듣더라.”

―청와대 정책실장을 없애야 한다는 소신에 변함없나.

“그렇다. 노무현 정부부터 정책실장 자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금 와선 정책실장이 모든 걸 다 하니까 경제부총리가 허수아비가 된다. 부총리가 허수아비면 그 밑에 국장들이 뭐를 하겠나. 실권은 따로 있고 그러니까 안 되는 거지.”

―문 대통령이 지난해 초 대선 후보 시절 냈던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국정 운영 구상이 다 들어 있다. 그 책에서 당시 문 후보는 대통령이 해야 할 과제를 세 가지로 꼽았다. 경제, 안보, 통합이다. 각각을 평가해 달라.

“경제는 지금 말했지만, ‘빵점’이다. 오늘 통계청 발표에서도 실업률이 13년 동안 계속 늘어났다. 일자리를 만든다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알바 자리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는 시장이 만든다’는 원리를 잊어버리고 있는 거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생각도 이 사람에겐 없고. 그러니까 계속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하는 거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왜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나. 기업들이 모두 발발 떨고 있잖은가. 모든 것을 정부가 쥐고 있고, 대통령이 쥐고 있고, 대통령 실세가 쥐고 있으니까.”

―안보 과제는 어떤가.

“남북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김정은이 자기가 살고, 체제를 보장받고, 시장경제로 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니까. 이 세 가지를 위해 미국과 교류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 중간에 한국이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거고. 문제는 비핵화의 길이 시간이 걸리는 건데 문 대통령은 ‘아 내가 빨리 하면 되지’ 그런 생각에 속도 조절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국민 통합의 과제는 어떤가.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5년 임기 내내 해도 부족하다’고 말한 일이 있다. 계속되는 적폐청산과 주류세력 교체 이런 흐름과 국민통합이 같이 갈 수 있나.

“누적된 적폐가 많고 그걸 청산해야 하는 건 사실인데, 거기에 정치적 의도가 있으면 안 된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가 보이는 게 꽤 있다. 그러니까 적폐청산의 취지가 퇴색되고 국민 지지도 반감되고 그렇게 된다. 적폐청산이 정권의 정치적 힘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진행되면 국민이 ‘이건 뭐야’ 이렇게 되는 거지. 최근 기무사 계엄문건 사건이 그렇다. 그 난리를 쳤는데 그 건으로 기소도 못 하고 그러니까 ‘정권이 군을 길들이려고 했던 건가’ ‘정치적으로 상대방을 죽이려고 했던 건가’ 이런 의심이 국민 사이에서 나오는 거다.”

―정치인 손학규의 정치적 미래는 무엇인가.

“나는 2020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 중심의 중도개혁세력이 승리하는 기반을 만든 뒤 총선이 끝나면 2022년 대선을 겨냥한 미래의 리더들이 뛰노는 마당을 만들면 된다고 본다.”

―대통령 손학규의 꿈은 아직 살아 있는 것 아닌가.

“아이, 난 이제 됐다.”

―정확하게 표현해 달라.

“난 끝났다. 정치를 떠났던 사람이 다시 나설 땐 모든 걸 다 버릴 각오를 하고…. 내가 나를 다 버린다 이런 생각 없이는 지금 이렇게 못 한다.”

―정치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개헌 변수도 있고 권력구조가 바뀌고 정치지형이 바뀌면 거기에 맞는 정치적 위상을 찾아갈 수 있는 것 아닌가.

“분명히 말하지만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중도개혁세력의 새로운 정치구조를 만들고 거기서 다음 세대들에게 뛰놀 마당을 만들어주는 것까지가 내 역할이다. 다음 총선에서 100석 정도를 만들어 내면 집권도 가능하다고 본다.”

인터뷰 =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