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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빈 공간 / 조선희 지음 / 인플루엔셜

열정적으로 삶을 개척해 온 사진작가 조선희가 20년간 찍어온 사진에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붙인 수필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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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을 바라보는 그는 서문에서 “내 마음은 아직 20대다. 언제나 20대로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일까, 아직 20대인 나는 여전히 좌충우돌이고, 힘들고, 아프다”라고 썼다. 영화와 광고, 잡지 등 끊임없이 일이 밀려오고,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호흡하는 ‘잘나가는’ 사진작가인 그가 뭐가 그리 힘들고, 아프다는 건지 궁금해진다.

사주에 나온 팔자가 강하다고 해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끝 자가 ‘빛날 희(熙)’에서 ‘계집 희(姬)’로 바뀌었고, ‘착한 여자아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항이라도 하듯 험하게 살았다는 그는 ‘여전사’ 같은 이미지 뒤에 감춰놓은 자신의 ‘빈 공간’을 조근조근 풀어낸다. 첫 번째 ‘기록’ 편에는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의 모습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글이 담겨 있다. 빈 그릇과 무언가를 응시하는 노인의 눈을 찍은 사진이 나란히 자리한 옆에 그는 “‘열정’이라는 미명 아래 너무 빨리 달려와 버렸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에 탑승한 채 그 속도감에 익숙해지며 그것이 평균 속도인 양 살아온 나를 문득 느낀다”라고 썼다. 또 두 번째 ‘시간’ 편에는 시간의 흔적을 찾아 헤매며 빨강에서 보라로, 이젠 회색이 돼버린 삶의 ‘궤적’이 담겨 있고, 세 번째 ‘여행’ 편에는 여전히 침이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나침판을 선연하게 잡아보려 이곳저곳 떠돌며 담아낸 ‘경험’이 펼쳐져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사진의 70%는 그가 지난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떠난 157일간의 여행에서 건져 올린 수확물이다. 나머지 30%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수십만 컷의 작품 중 골라냈다. 페이지를 넘기며 담담하기도 하고, 화려하기도 한 사진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그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의 빈 공간에 담긴 생각을 읽다 보면 걸걸한 목소리의 그가 옆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소리에 놀라지 말자. 비난의 소리에도 칭찬의 소리에도 흔들리지 말자. 나는 나일 뿐”이라고.

책 속 사진에는 제목이 붙어있지 않다. 자신의 글을 읽고, 공감이 일면 그에 맞는 제목을 각자 붙여보라는 저자의 배려인 듯하다. 220쪽. 1만4000원.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