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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간된 책 제목을 보고 순간 마음이 흔들거렸습니다. ‘쓸모 인류’(mons). 부제는 ‘어른의 쓸모에 대해 묻다’입니다. 사전에서 ‘쓸모’를 찾아보니 ‘쓸 만한 가치’라고 돼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모가 있을 텐데, 굳이 이렇게 묻는 걸 보면 이 시대에 ‘쓸모 있는 사람’ 되기가 참 어려운 모양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당신은 잉여가 아닌가’라는 질문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쓸모는 시장에서 통용되는 효용 가치, 이윤으로 환산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돈이 안 되는 인문학 같은 것은 쓸모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책 ‘쓸모 인류’는 흔히 말하는 인생의 성공을 위한 자기 계발의 기술이나 노하우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세상이 말하는 쓸모가 아니라 자기만의 ‘삶의 쓸모’를 만들어가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15년 동안 탄탄한 직장 생활을 하다, 조금 다르게 살아보겠다며 몸으로 하는 일을 찾아 대형마트에서 피자 굽는 일을 시작한 40대 전직 기자 강승민입니다. 40대 중반의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인생의 쓸모를 다한 게 아닌가 헛헛해지며 “나는 쓸모 있는 어른인가”를 고민하던 차에 동네에서 ‘쓸모 있는 어른’을 만나게 됩니다. 예순일곱의 까칠하지만 빈틈없는 빈센트. 동양계 미국인인 그는 한국인 부인과 함께 은퇴 후 삶을 한국에서 보내고 싶어 지난해 서울에 자리 잡고 가회동의 작은 한옥을 구입해 1년 넘게 리모델링 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브런치를 만들고, 사는 공간을 잘 정리 정돈하고, 필요한 것을 뚝딱 고치고 만듭니다. 동네 이웃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고, 자신의 쓸모를 찾아 스스로 몸을 움직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돈 잘 버는 쓸모가 아니라 자기 삶을 자기 손으로 빈틈없이 꾸미며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어른입니다. 빈센트야말로 ‘쓸모 인류’라고 생각한 필자는 빈센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일상의 면면을 살피며 쓸모있는 어른에 대해 탐구에 들어갑니다. 그가 빈센트의 삶에서 엿본 어른의 쓸모는 이런 것입니다. 삶의 불편함 혹은 불만이 무엇인지 안다. “왜 그럴까?”라며 질문하는 힘을 갖고 있다. 질문과 궁리 안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시행착오의 과정을 담담하게 거친다. 해결의 길목에서 만나는 어쩔 수 없는 실패들에 관대하다. 변수를 생각하고, 제어한다. 건강한 삶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한다. “나이 든다고 다들 쓸모 있게 사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쓸모는 어디에서 비롯될까”라고 질문을 던지던 그에게 빈센트가 말합니다. “그러고 보면 자기 인생을 다루는 일은 제라늄을 키우는 일과 다르지 않아. 자기 인생에 관심을 갖지 않고 내버려 두면 결국 볼품없는 나무가 되는 거야. 열매를 맺을 일도 없어, 반대로 느리고 천천히, 자기 삶을 지켜 보고 관리하면 언젠가는 담장을 훌쩍 넘을 거야.”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