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년 전엔 “문제없다”
참여연대 등 정치성 압박에
증선위, ‘고의분식회계’ 결론

2년여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낸 금융당국이 국제회계기준(IFRS) 원칙에 어긋나지 않았음에도 ‘의도’를 추정해 삼성바이오에 ‘고의 분식회계’란 최고 수준의 제재를 내리면서 이번 결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에 앞서 참여연대와 정치권의 공세가 계속됐고, 핵심 문건이 사전에 유출돼 ‘정치적 판정’이 이미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전직 금융감독원 간부 A 씨는 1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삼성바이오 회계를 들여다봤을 때 전혀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현 정부 출범 후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취임한 뒤 갑자기 재조사를 시작했고, 내부 반발도 적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참여연대가 제기한 삼성바이오 회계 문제에 대해 들여다본 뒤 2016년 12월과 2017년 2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낸 바 있다. 그러나 정권 교체를 목전에 둔 2017년 3월 삼성바이오에 대한 특별감리에 착수했고, 1년여 만에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을 뒤집었다. 증선위가 애초 국제회계기준에 입각한 심의를 강조하며 금감원의 무리한 논리에 ‘재감리’ 지시로 제동을 걸었다가, 이번에는 금감원의 주장을 사실상 100% 수용한 데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선위가 판단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밝힌 삼성바이오의 회계 위반을 심의했던 감리위원회의 위원인 B 씨는 “삼성바이오 회계처리는 국제회계기준 범위 내에서 한 것”이라면서 “다만 처리 과정에서 일부 요소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 문제인데, 이런 실수의 문제에 대해 최고 징계를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제회계기준상 회계처리는 일차적으로 경영자, 이차적으로 감사인이 결정하며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아니라 기업에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하는 판단으로 기업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된 점이 가장 크다”며 “일관성이 부재한 정책 당국이 있는 국가의 기업에 누가 투자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