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 능통한 임종헌 맞서
수사정보 노출 우려 판단

김시철 고법부장 곧 소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적 중간 책임자’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관여 및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 등 여러 개의 주요 혐의가 담기지 않은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검찰이 전략적으로 이날 기소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은 혐의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의 진술거부 전략에 맞대응하기 위한 압박전략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들 혐의에 대해서는 차후에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임 전 차장이 일상적인 대화 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다 법리에 능통한 만큼 수사정보를 일찍 노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 경우 임 전 차장에게도 1심 재판이 끝난 뒤 추가 기소로 인한 재판을 받거나 형이 추가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검찰 입장에서도 쥐고 있는 ‘패’를 미리 다 드러낼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검찰 등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적힌 범죄 사실 및 혐의는 구속영장 청구서의 범위와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말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7∼8개 죄명을 적었고 개별 범죄사실은 30개가 넘는다.

검찰은 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댓글공작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던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조만간 불러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2015년 11월 첫 공판기일 시작 열흘 전 30쪽에 달하는 무죄 취지의 판결문 초안을 미리 작성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바탕으로 확보한 이메일은 물론 당시 재판부에 배속된 재판연구원(로클럭) 및 배석판사들의 진술도 충분히 들은 만큼, 이를 바탕으로 법원행정처 등 외부의 재판개입이 있었는지 추궁하겠다는 생각이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