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시험지 받자마자 외워둔 답 적은 뒤 OMR에 옮겨”

이미지 크게보기 경찰이 공개한 쌍둥이 딸의 메모지. 일본어 시험의 정답이 적혀 있다. 수서경찰서 제공

- 警, 숙명여고 前교무부장 ‘문답지 유출’ 수사결과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만 빼고
총6회 시험 중 5차례 걸쳐 유출
동생 ‘암기장’에 全과목 답 메모

학부모단체 “학교 방조없었다면
두자녀 모두 전교1등 못했을 것”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53) 씨의 쌍둥이 자녀가 2017년 입학 후 6번의 시험 가운데 5번을 유출된 정답을 사전에 확보해 치른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확인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내신이 반영되는 학생부위주전형(학생부 교과·학생부 종합)에 대한 비판 여론 역시 비등하다.

◇깨알 같은 정답 메모=경찰은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에 적혀 있는 답안 등 문제 유출 정황에 대해 “(자매가 정답을) 암기한 후 시험지를 받자마자 암기한 정답을 시험지 밑에 적어놓고, 이것을 OMR 카드에 옮겨적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경찰은 쌍둥이의 1학년 1학기 기말고사와 2학기 중간고사에서 각 1과목,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2과목 시험지에 객관식과 주관식 정답이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채점 등 목적이라면 작은 글씨로 정답을 적어둘 이유가 없다고 보고 이를 정답 유출의 정황으로 봤다. 쌍둥이 동생의 휴대전화에서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영어 과목의 서술형 문제 정답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이 디지털포렌식으로 복원한 결과 이 메모는 시험 전에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쌍둥이가 답안 목록을 잘 외우려고 키워드를 만들어둔 흔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시선은 쌍둥이 자매의 자퇴 여부에 쏠리고 있다. 쌍둥이 자매가 자퇴하게 되면 전교 1등을 한 2학년 1학기 성적 등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자퇴하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 수 있고, 그때까지 누적된 성적으로 내년 대학 입학시험도 볼 수 있다. 학부모들은 쌍둥이 자매의 성적을 0점 처리한 뒤 퇴학을 시켜야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퇴학과 자퇴가 학교장 고유 권한인 데다 법적 판단이나 근거 없이 퇴학 처리를 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학업성적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해당 사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숙명여고 측에도 설명했다”고 밝혔다.

◇입시 전반 불신 확산=교육단체에서는 학생부를 반영하는 입시 제도의 공정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경자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전학연) 상임대표는 “단순 내신 조작뿐 아니라 교과·비교과 전반에 걸친 개입이 이뤄졌으며, 학교의 묵인과 방조가 없었다면 두 자녀가 동시에 전교 1등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소영 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 대표 역시 “우리 사회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라는 괴물 같은 제도를 키워왔음이 드러났다”며 “편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관행이 이미 뿌리 깊게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학부모 단체는 향후 학종을 둘러싼 현행 입시제도의 공정성 문제를 계속 지적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전교조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속된 현 씨는 2010년 당시 전교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전교조 측에서는 개인의 비리에 대해 조직이 입장을 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적어도 전교조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수능절대평가, 자격고사화, 교과정성평가 등 이번 사태를 초래한 퇴행적 대입정책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규·이희권 기자 jqnote91@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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