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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이통사 옥죄는 ‘反시장’ 공세

약정할인·취약층 감면 영향
이통3사 영업익 8.3% 감소
마케팅비 줄여서 실적 방어

5G투자비용 28兆 필요한데
“보편요금제·할인율상향”요구
‘비싼 통신비’ 근거자료 인용
리휠보고서 조사방식에 문제

3분기 실적 성적표를 받아 든 이동통신사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내년 3월 상용화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전체 투자비가 최대 2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닝 쇼크’에 준하는 실적으로 인해 과감하게 5G 투자를 할 엄두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시민단체 등이 손잡고 합리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반(反)시장적인 통신비 인하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5G를 통해 ‘혁신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는 이통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반시장적 정책으로 손꼽히는 보편요금제(월 2만 원대에 데이터 1GB, 음성 200분 이상 제공) 도입과 함께 현 25%인 선택 약정 할인율을 30%로 올릴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통신 3사가 연 4조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두는 현실을 고려해 할인율을 상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통사는 △합계 4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면 안되는지 △4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면 통신비를 깎아줘야 하는지 △만약 4조 원 안 되는 영업이익이 나오면 할인율을 다시 낮출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공사가 아닌 사기업의 영업이익을 거론하며 ‘돈을 벌고 있으니 할인이 필요하다’는 주장 자체가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계 통신비가 비싸다”는 시민단체 등의 주장에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참여연대 등은 지난 2월부터 핀란드 경영컨설팅업체 ‘리휠(Rehweel)’의 자료를 인용해 “30유로(약 3만9000원)를 냈을 때 네덜란드·스위스·덴마크·핀란드·프랑스 등에서는 데이터를 100GB 이상 주는데,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300MB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보편요금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보고서에 대해 알뜰폰 요금제나 25% 요금할인을 포함하지 않고 수치를 산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조차 최근 ‘해외 모바일 요금비교 방법론 검토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리휠 보고서는 비교 방법론이나 데이터 수집 등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요금제 비교 단위(할인 적용, 가상이동망사업자 포함 여부)가 일정하지 않고, 시장점유율이 낮은 가상이동망사업자 요금제가 대표 요금제로 제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정부, 정치권의 반시장적 통신비 인하 압박은 이통사 곳간을 쪼그라들게 하고 있다. 1700만 명가량이 가입한 25% 선택약정 요금할인, 취약계층 요금 감면 등의 영향으로 이통 3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8.3% 감소했다. 3분기 실적 합계는 9017억 원으로 1조 원이 되지 않는다. 드러난 숫자보다 내용은 더 안 좋다. 3사의 무선 사업이 특히 부진하다. 3사의 3분기 무선매출(접속료 포함)은 전년보다 5.8% 감소한 5조5961억 원을 기록했다. 무선 사업 핵심 지표인 무선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 역시 평균 3만213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줄었다.

이 같은 실적도 3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케팅비를 줄여 겨우 방어한 측면이 크다. 3분기 3사 마케팅비는 1조926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 감소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