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관·석학 경고

IMF “국제 금융체계 취약해져”
루비니 교수 “암호화폐는 사기”

국제기구 및 주요 금융기관들은 암호화폐(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가치에 대한 비관적 전망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암호화폐 시장의 위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연차총회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자산의 빠른 성장이 계속되면 국제 금융체계에 새로운 취약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보안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암호화폐가 추가적인 위험(리스크)이 되고 금융 상품과 서비스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월 내놓은 조건부 경고에서 부정적인 견해가 더 강화된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에 대한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스티브 스트롱긴 글로벌투자연구부문 이사는 보고서를 통해 “현행 암호화폐들이 내재적 가치의 부재로 거래가 끊기면서 0달러까지 주저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2월 월가 주요 투자은행 중 가장 먼저 암호화폐 전담 데스크를 설치하는 등 암호화폐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세계적 석학인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최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암호화폐는 사기의 근원이며 암호화폐공개(ICO)는 대부분 증권법을 회피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월가에서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부터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 이르기까지 암호화폐를 수용하는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해부터 “암호화폐는 사기”라며 “비트코인 열풍은 마치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파동 같다. 결국 버블(거품)이 붕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버핏 회장도 지난 6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나 어떤 암호화폐를 산다고 해서 어떤 생산물이 생기는 게 아니다”며 “비트코인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증시 폭락 사태를 계기로 비트코인이 “새로운 부정적인 추세”로 들어갈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또 달러 강세와 무역분쟁에 따라 달러 유동성이 악화하면서 신흥국과 함께 암호화폐 시장도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