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김정훈 기자 kimjh@

1BTC=2600만원으로 올랐다
최근 700만원대까지 떨어져
거품 빠진 뒤 안정세 접어들어

빗썸 상장 화폐 50종으로 증가
달러 연동‘스테이블 코인’등장
광풍 지나간 자리 새 미래 고민

728만 원. 10월 24일 오전 9시 현재 국내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1비트코인(BTC) 가격이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 24일 일평균 시세가 코인당 650만4000원이었던 데 비하면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일주일 만인 그 해 10월 31일 721만3000원까지 시세가 높아졌음을 생각하면 가격 측면에서는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세가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사이 울고 웃던 투자자들은 많이 빠져나갔으며, 긴급 대책성으로 쏟아지던 각종 규제도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 세간의 관심 자체가 한풀 꺾인 상황이며 소수 투자자를 중심으로 시세를 간신히 방어하고 있다.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일본의 마운트곡스다. 2010년 설립돼 비트코인과 함께 성장했다. 2013년 4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7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입지가 탄탄했다. 그러나 2013년 잇따른 해킹 시도로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고가 이어지다가 85만 개, 4억7400만 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해킹당하고 파산했다.

이후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2013년 7월 우리나라에도 코빗이 국내 첫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했다. 같은 해 12월 엑스코인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비트코인 거래소를 모태로 한 빗썸, 증권 앱 카카오스탁을 개발한 두나무의 암호화폐 거래소로 북미시장 1위 거래소인 비트렉스와 독점 제휴를 맺은 업비트 등 거래소가 여러 곳 탄생했다. 각자 나름의 특징을 갖춘 거래소들은 암호화폐가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우리나라에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기술적 가치 등을 알려 시장을 성장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블록체인 시스템에 직접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거나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작업이 다소 난도가 있었던 만큼, 기존 인터넷 사이트와 같은 방식으로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거래소는 일반인들에게 유용한 매개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스템의 기술적 가치나 유용성이 일반인 사이에서 무한의 가치를 지닌 ‘일확천금의 기회’로 와전되면서 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시작됐다. 2017년 초 100만 원 내외에서 등락하던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해 10월 중순 600만 원, 700만 원 선을 단숨에 돌파한 뒤 11월에는 1300만 원 선을 넘어섰다. 12월과 올해 1월 사이에는 2000만 원을 넘는 고지에서 오르내리며 한때 2600만 원 선까지도 넘겼다. 이 시기 유독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터라 해외 거래소에 비해 국내 거래소의 시세가 눈에 띄게 높아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은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시세는 국내외에서 이 같은 투기 광풍을 우려한 규제 방안이 등장하고, 계속해서 더 강력한 규제가 예고되면서 크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에서 대규모 해킹 피해가 발생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 드러나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 역시 급격히 떨어졌다. 2500만 원을 넘어가던 비트코인 시세는 한 달여 만에 700만 원대까지 내려왔다. 수차례 등락을 거쳐 현재의 700만 원대 시세에 안착했다. 빗썸에서 수조 원을 넘겼던 비트코인의 24시간 기준 거래량은 현재 5000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는 투기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빗썸에 상장된 암호화폐 가짓수만 해도 지난해에는 10종 내외에 그쳤으나, 현재는 50종 이상이 거래되고 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가격의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해 달러화 등 가치가 안정된 자산에 암호화폐 값을 연동시키는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는 등 약점을 보완해 나가는 모습도 관측됐다.

다만, 거품이 빠지면서 암호화폐가 ‘그들만의 세계’로 되돌아간 것은 업계의 과제다.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은 줄어들었지만 기술과 시스템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내재 가치를 다지는 시점이라고 본다”며 “투기 대상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