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언론노조 토론회서 지적

"권력자 평판 지키려 수사·단속 남용 우려도"

차별금지法 통한 혐오표현 차단
허위정보 구별할 교육 강화 필요

정부의 가짜 뉴스 근절 대책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위축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고소·고발 없이 수사 당국이 ‘가짜 뉴스’를 수사할 경우 결국 권력자나 유명인들의 사회적 평판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보라미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등의 공동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정부 비판적인 내용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해 규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최근 언론을 통해 드러난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보면 정부 정책에 대한 악의적 허위 정보를 차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은 특히 “허위 사실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사례도 없고, 가짜 뉴스를 유통한 인터넷 매체들에 책임을 묻는다면 해당 매체가 감시자 혹은 검열자 역할을 해야 하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사 기관이 고소·고발 없이도 가짜뉴스를 단속하겠다는 계획은 권력자와 유명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나 검찰이 인터넷을 검색하다 발견한 글 중 일반인에 관한 내용이나 표현들은 거짓인지 사실인지를 알 수가 없다”며 “결국 권력자처럼 유명한 사람들의 사회적 평판을 지키기 위해 가짜 뉴스 단속 수사가 남용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대안으로 김 위원은 가짜 뉴스 근절 대책이 아니라 허위정보 구별을 위한 미디어 교육 강화와 차별금지법을 통한 혐오표현 차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위원은 “미디어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허위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혐오 표현은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제정 등의 방식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가짜 뉴스 근절 대책의 모델로 독일의 ‘소셜네트워크법’을 꼽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독일의 소셜네트워크법은 이미 불법으로 정한 정보를 인터넷 매체들이 유통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이지, 새로운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처벌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는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정보,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삭제해야 하는 정보를 처벌까지 하는 등 독일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