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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과학과 정치’ 토론회… 학자들 ‘우려’ 한목소리

“현재 우연히 좋은 기후 만난 것
온실가스 때문에 임계수준 도달
인간활동 무관하게 최악 올수도”

“인류가 온실가스를 지속해 배출하면서 지구가 기후 위험의 임계 수준을 넘는 상황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임계 수준을 넘어서면 인간 활동과 관계 없이도 지구는 파국적 기후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24일 오후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주최로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기후변화의 과학과 정치’ 토론회에서 “임계 수준을 넘어서면 지구가 스스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전 원장은 “우리는 인류 문명이 인간 지성의 필연적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지구 역사를 보면 홀로세(Holocene)라는 좋은 기후 조건을 만나 일어난 우연한 사건”이라며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지구 기후 시스템의 경로를 홀로세 기후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홀로세는 빙하기가 끝나고 약 1만 년 전 지구가 따뜻해진 지질시대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류가 파국을 맞기 전에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 등 즉각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원태 전 기후변화학회장은 “유엔 산하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는 2014년 5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1950년 이후 발생한 온난화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효과 증가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권 전 회장은 “미래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기온이 현재보다 최고 3.7도 높아지고 해양이나 생태계, 극한현상 변화로 인한 영향이 사회·경제 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박사는 “빠른 온난화로 이상기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한 예로 북극 온난화는 북반구 중위도의 제트기류를 약화해 중위도에 한파와 열파를 일으키며 계절적으로 극한의 기상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도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 문제가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며 부메랑이 돼 다시 인간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여전히 미진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광범위한 집단행동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진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 박사는 “현재의 파리협정 체제는 각 국가의 자발적 의지에 너무 크게 의존한다”며 “국가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의 생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