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그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간 네바다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 중간선거 유세를 마치고 20일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손을 내젓고 있다. EPA 연합뉴스

美北정상회담서 견해차 시작
韓 대북제재해제 제안에 대해
트럼프 ‘승인 없이는…’일축
양국간 합의 필요성 상기시켜

“北비핵화 놓고 韓美마찰심화”
WSJ·WP 등 美언론도 지적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북한에 대한 한·미 간 차이(divergence)가 70년 한·미 동맹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간에 대북정책을 놓고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출한 데 이어서 유럽에서도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FT는 22일 서울과 워싱턴, 베이징(北京)발 기사를 통해 “두 오랜 동맹(한·미)이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결정적 다음 단계를 둘러싸고 조용하게 분열하면서 수개월 동안 서울과 워싱턴 간 외교적 다툼이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제재 해제 제안에 대해 ‘그들(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신랄한 비난으로 일축하면서 이 미묘한 움직임은 여론과 충돌했다”며 “이는 한국의 미국에 대한 의존을 상기시켜주는 아픈 기억인 동시에 북한과 함께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거나 70년 된 동맹 관계를 약화할 수 있는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양국이 조속히 합의할 필요가 있다는 유익한 통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FT는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간 견해차가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부터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FT는 “서울(한국 정부)에는 이 회담이 북한과 경제통합을 시작하는 출발점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포용정책을 사용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큰 꿈을 충족하는 것이었지만 미국은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을 기대하며 엄격한 제재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앞서 WSJ 역시 18일 기사에서 “어떻게 북한 비핵화를 끌어낼지를 놓고 한·미 간 마찰이 커지고 있다”며 “워싱턴은 압박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은 제재를 완화하고 북한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합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등을 거론하며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낸 대북제재 정책을 지지하는 미 당국자들은 남북 간 긴장 완화에 우려하고 있고 자칫 비핵화 지렛대가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이 구체적 비핵화 조처를 하지 않음에도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끌어안으려 하고 있으며, 워싱턴 일각에서 한국 정부의 열망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