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소속 사업장만 9곳
고용부 “상급노조 반발 심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서울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중 상당수가 임직원의 친인척으로 밝혀져 취업준비생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고용세습 단체협약을 지닌 사업장에 대한 시정명령이 올해 들어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세습은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균등한 취업기회 보장을 규정한 고용정책기본법과 직업안정법 위반이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노동위원회가 올해 들어 고용세습 단협에 시정명령을 내린 사업장은 부산주공뿐이다. 이 밖에도 2건이 노동위에 계류 중이고 1건이 의결을 앞두고 있지만, 이들 사업장에 모두 시정명령이 내려져도 고용세습 단협을 유지하는 사업장은 11개나 남게 된다.

고용세습을 단협에 명기한 사업장의 상급노조는 민주노총이 가장 많았다. 9월 말 현재 고용세습을 단협에 명기한 사업장은 현대자동차, 금호타이어, 현대로템, 성동조선해양, 삼영전자, 롯데정밀화학 등 14곳이다. 이들 사업장 노조 중 64.29%(9곳)가 민주노총 산하였으며, 28.58%(4곳)는 한국노총 산하였다. 단협의 내용은 △정년퇴직자의 요청이 있을 시 그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현대자동차·금호타이어·현대로템 등) △동일 조건일 때 장기 근속자 직계 자녀 우선 채용 원칙(현대자동차·성동조선해양 등) △조합원 자녀의 성적이 외부 응시자와 같은 경우 조합원 자녀에게 채용 우선권 부여(롯데정밀화학 등) 등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장 단위 노조보다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반발이 심한 편”이라며 “양대 노총은 노사 간 자치에 단협을 맡겨 놓아야 하는데 왜 정부가 관여를 하느냐고 반발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가능한 한 노사합의를 존중해 자율적 해결 원칙을 유지하되, 해당 사업장에서 새로 맺는 단협에서도 고용세습 조항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적극적인 시정명령에 나설 계획이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