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소속 통합노조 성명

“비호땐 공범… 책임 물어야”
노조 게시판에 비판 쏟아져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채용 취소를 포함해 일벌백계하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정규직 직원의 친인척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된 사실이 드러나 ‘고용세습’으로 비난받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내부에서 자성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 측에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강경 투쟁을 주도한 노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고용세습을 계기로 공사와 노조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직권 면직’ 필요성까지 언급하며 고용세습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교통공사에는 한국노총 소속인 통합노조(조합원 2400여 명)와 민주노총 소속인 서울교통공사노조(조합원 1만2000여 명) 등 2개의 노조가 있다. 통합노조는 “이번 사태가 어려운 절차를 거쳐 입사한 정규 공채 출신 직원들을 실망시켰다”며 “문제가 되는 정규직 전환자 108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발견되면 직권 면직 등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사 노조 게시판에는 무력감을 토로하며 사 측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통합노조 게시판엔 한 직원이 “비위 사실 적발 시 모든 채용을 무효화해야 한다”며 “노조부터 깨끗하고 정직하게 전수조사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도 “이 사안에 대해 공명정대하게 수사받고 감사원 감사를 받으면 된다”며 “비호하면 통합노조도 공범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진실 규명을 해야 하지만 채용비리나 고용세습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한 규정”이라는 공사 노조에도 분노한 직원들의 한풀이가 쏟아졌다. 한 직원은 “직원들 임금 및 근로환경을 개선하라고 조합비 내고 응원해줬더니만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허탈해했고, “노조가 당당하면 검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며 “그 정도 당당함은 있어야 국민이 믿는다”고 썼다.

한편, 공사는 17일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공개한 김모 인사처장 아내의 정규직 전환자 명단 누락 사실과 관련, 김태호 사장 명의 사과문을 내고 문제가 된 김 처장을 직위 해제했다. 김 사장은 “현재 자체 감사 중으로 고의로 명단에서 누락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