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회장賞 나수빈

할머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할머니께 편지를 써봐요. 많이 어색하지만 제 진심을 알아주실 거라 믿어요. 옛날 저 어릴 때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저를 키워주셨잖아요. 그때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궁금해서 매일 엄마께 졸랐어요. 저 4살 때 할머니, 할아버지랑 있었던 일 얘기해 달라면서요. 엄마가 말씀하시기를 “할아버지가 수빈이 널 원빈이(오빠)보다 훨씬 좋아하셔서 원빈이는 항상 집에 두고 너만 손잡고 슈퍼 가서 간식 사주셨어∼ 할머니도 그러셨고∼.”

제 기억엔 항상 할머니 댁에 들어가면 맨발로 뛰쳐나와 “아이고∼ 내 새끼들 와 이리 많이 컸누?”라고 말씀하기며 반겨주시던 할머니와 옆 방에 누워만 계시던 할아버지가 있어요. 시간이 지나 저 초등학교 4학년 때 할아버지가 하늘로 가셨잖아요. 그때가 처음이었을 거예요. 가족이 제 곁을 떠난 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 얘기를 듣자마자 숨이 턱 막히며 눈물이 펑펑 났어요. 벌써 6년이 지났네요.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할아버지를 무서워하지 말고 손잡아드릴 걸 후회가 돼요. 기침하시며 누워계셨는데 방문은 항상 열려있었네요. 우리 가족이 올 때만큼은 꼭 방문이 열려있었어요. 저희 목소리라도 듣고 싶으셨구나 라고 인제 와서야 깨닫네요.

6년 전부터 갑자기 혼자가 돼버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떠나신 이후에도 변함없이 사투리로 정겹게 반겨주시던 우리 할머니. 시간이 조금 더 흘러 부모님 사업이 잘되기 시작해서 전처럼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아쉬워요. 저 중학교 1학년 때 엄마와 저 둘이서 할머니 댁에 갔잖아요. 그때 할머니가 부산까지 오려면 얼마나 힘든데 가뜩이나 사업 때문에 더 힘들 텐데 집에서 쉬지 않고 왜 굳이 왔냐며 속상해하시던 우리 할머니. 그날 밤에 책을 읽다 잠들었는데 할머니가 제 등을 두드려 주시던 게 너무 생각나요.

할머니 저 어렸을 때 고집이 엄청 세서 힘드셨을 텐데 사랑으로 보듬어가며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신의 끼니보다 손주들의 끼니를 더 걱정하시고 자신의 집에 오면 오빠와 제가 심심할까 봐 안절부절못하신 우리 할머니 제가 평생 기억할게요. 절대 잊지 않을게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