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경쟁률 54대 1 달해
환경좋아 ‘신의 직장’ 불려

불공정 채용인 ‘고용 세습’ 논란에 휩싸인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경영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 노조는 지난 10일 ‘임단협 요구안 9대 핵심 과제’를 노조원들에게 공개했다. 여기엔 근무제도 개선과 노동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7.1% 임금인상·임금피크제 폐지·사내복지기금 1000억 원 추가 출연·징계자 사면복권 등 조항이 포함돼 있다. 노조는 상위 기관인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경제성장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 소득분배 개선분을 감안해 ‘7.1%’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보수체계를 개선하겠다며 기술조정수당과 통상근무자 조정수당 신설 등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또 조합원 전세자금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내복지기금 1000억 원 출연을 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임금피크제 폐지와 퇴직 직원 재취업제도 마련, 직원 전용 휴양소 건립 등 조건도 포함돼 있다. 이 조항들은 무임승차 손실 등으로 연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공사가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힘든 조건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미 ‘신의 직장’으로 꼽힐 만큼 근무 환경이 좋다.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555명 모집에 3만340명이 몰렸을 정도다. 교통공사의 평균연봉은 6791만 원이고 서울지역 근무라는 장점까지 있다. 정규직은 60세 정년을 보장받는다.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이 되려면 신체검사를 비롯한 5단계 시험(서류·필기·인성·면접)을 거쳐야 하지만 이번에 세습 논란에 휩싸인 무기계약직은 서류 및 면접 전형의 상대적으로 간단한 절차를 거쳐 채용되고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고용시장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공사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장기적으로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