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 비리 관련 동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바늘구멍 공기업 입사인데
부모 잘 만나 쉽게 들어가
‘이게 나라인가’ 생각 들어”

“누가 힘들게 시험보려 하겠나
친인척 인사 전수조사하라”

관련기사 댓글만 1000여개
국민청원·관련소송 줄이어

“귀족과 노예로 나눠진 신분사회도 아닌데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는 공기업을 단지 부모나 친인척을 잘 만나 쉽게 들어간다는 것이 공정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취업준비생 이모(여·23) 씨)

서울교통공사가 공사 임직원 친인척 108명을 포함해 1285명을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 취업준비생과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공정사회를 약속한 정부에서 불공정 채용인 ‘고용 세습’이 공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에 대한 비판이 쇄도해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이에 대한 분노를 표한 댓글이 1000개 가까이 달리기도 했다. 여기에 귀족 강성노조의 기득권 고수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압박한 정부를 향한 분노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 계약직, 임시직, 기간제 등을 뜬금없이 정규직 시켜주면 누가 정규직 시험을 보겠느냐. 계약직으로 쉽게 들어가서 정부 정책에 힘입어 정규직 되는 게 훨씬 쉽다. 전수조사해서 다 잘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분노는 17일 청와대에 ‘서울교통공사 도시철도 노조 친인척 입사에 대해서 수사를 촉구합니다’라고 국민청원을 하는 등 계속 확산하고 있다. 또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특혜 논란과 관련한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대전에서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양모(여·32) 씨는 “사립학교 정규 교사의 경우 공고문을 멋대로 변경해 학교 관계자의 딸을 최종 합격자로 선발하는가 하면, 기존 기간제 교사를 공개전형 절차 없이 정규 교사로 선발했다는 사례를 들을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 한다고 했는데, 정권이 바뀌었는데 현실은 더 악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취업준비생 최철호(27) 씨는 “공기업 취업을 위해 10여 개가 넘는 자격증에 필기시험과 적성검사, 여기에 AI(인공지능)면접까지 준비해야 하는데, 누구는 신체검사만 받고 입사시험을 통과했다는 얘기를 듣고 또다시 이게 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온라인 국민청원에는 ‘검찰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자들을 즉각 구속하랏’ 등 10여 건의 청원이 올라와 채용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특혜 논란에 법조계도 들끓고 있다. 공채 직원 및 탈락자 등 514명이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이는 2개월 뒤인 지난 4월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헌재 관계자는 17일 “전원재판부 회부 자체는 위헌성 소지가 높아 보인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공채 직원 403명과 공채에 응시했다 탈락한 취업준비생 등 일반인 100여 명으로 구성된 청구인단은 서울행정법원에 인가처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는 18일 행정법원 제2부 심리로 3회 변론기일이 진행된다.

신선종·김리안·정진영 기자 hanuli@munhwa.com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