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집중 추궁
이번주 영장청구 등 결정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6일 오후 다시 검찰에 소환됐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등을 받는 임 전 차장은 전날 19시간 30분가량의 조사를 마치고 이날 오전 5시에 귀가한 지 9시간 만에 다시 검찰에 출석해야 했다. 검찰은 이번 주 중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지으며, 구속영장 청구를 포함한 수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하루의 여유도 주지 않고 진행된 검찰의 재소환 조사는 임 전 차장이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을 풀 핵심 키맨이라는 판단에서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인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4년 7개월간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과 일선 재판연구관을 잇는 보고 라인의 중심에서 사법행정 실무를 총괄했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이날 새벽 취재진의 어떠한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문 채 차량에 올라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이틀 연속 임 전 차장을 상대로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특히 특정 재판에 대한 개입 사례를 하나하나 제시하며 당시 법원 수뇌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추궁했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서는 법관의 해외 파견을 대가로 청와대가 원했던 재판 지연을 고의적으로 이끌었는지 확인했다. 임 전 차장은 “시기가 같을 뿐 별개의 사안으로 외교부의 의견을 재판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했을 순 있지만, 재판 연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소송과 관련해 재항고 이유서를 법원이 대필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문건 보관 경위는 기억나지 않지만, 청와대에서 작성한 것”이라며 “부처 간 업무 협조 수준에서 법리 검토를 했을 수는 있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도 앞서 검찰 조사에서 “법원으로부터 법리 쟁점 자료를 받아 내가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문화일보 10월 4일자 10면 참조)

임 전 차장은 판사 동향 파악 의혹 에 대해 “징계 사안은 될 수 있지만, 형사처벌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