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회담, 중간선거 후’ 의미

北시간끌기에 말려들지 않고
충분한 여유속 對北압박 전략

“뭔가 받아야 제재해제” 언급
풍계리 사찰 넘어 ‘+α’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시기를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못 박은 것은 현재 북한이 내놓은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카드로는 북한 비핵화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충분한 여유를 갖고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자칫 중간선거 이전에 2차 정상회담을 했다가 북한의 비핵화 시간 끌기 전략에 말려들 경우 선거에 되레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미·북 정상회담 시기를 오는 11월 6일 치러지는 중간선거 이후에 갖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간선거 유세 일정을 이유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은 11월 중간선거 이후에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되는 선거유세 일정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과 빠른 시일 내에 만나고 싶다고 밝혀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당시 북한이 내놓은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등의 카드로는 2차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성과를 이야기하면서도 북한 비핵화 조치가 미흡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대규모 제재를 하고 있으며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며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뭔가를 받아야만 한다”고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추가 협상카드 제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가 매우 훌륭한 대화를 하고 있는 이유”라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 관련 결단을 거듭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현재까지 북한이 제시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후 사찰단 초청, 영변 핵 시설 폐기 정도로는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 해제 등을 들어주기 힘들다는 의미라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해석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많아 남아 있다”고 말해 미·북 간 견해차가 작지 않음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라는 최종목표 달성을 향한 길을 보게 됐다”면서 FFVD 원칙을 재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은 핵무기·시설 신고를 비핵화 초기 조치로 보고 있는 만큼 이에 준하는 조치를 내놓을 때까지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에 이뤄질 실무협상 결과가 미·북 정상회담 시기나 성공 여부를 최종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