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보지 3∼4곳’ 언급
중립적 색채 강한 제3국 개최
美·北이동거리 고려 유럽 유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시기를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못 박으면서 3∼4곳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회담 장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립적 색채가 강한 제3국 개최가 유력한 가운데 1차 회담 장소였던 싱가포르가 배제된 만큼 이번엔 아시아보다 유럽 지역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열리는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가는 도중 2차 미·북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회담이 미국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최종적으로는 미국에서, 그리고 그들의 땅에서 회담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최종적으로(eventually)’라는 표현을 사용해 중간단계인 2차 정상회담 장소로는 다른 곳이 선택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2차 미·북 정상회담 장소가 어디가 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당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당시 회담 장소로 평양을 제의했지만, 미국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마러라고 리조트에 초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동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부담스러운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제3국에서 정상회담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 유력 후보지로 스위스 제네바와 스웨덴 스톡홀름, 체코 프라하, 노르웨이 오슬로, 폴란드 바르샤바, 몽골 울란바토르, 태국 방콕, 싱가포르 등 아홉 곳을 후보지로 거론했다. 특히 이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나 스웨덴 스톡홀름 등 유럽지역이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제네바는 북한 대표부가 있어 회담 준비가 용이하고 스톡홀름도 북한 대사관이 있는 데다 그동안 남·북·미가 참여한 반관반민(1.5트랙) 대화가 여러 차례 이뤄진 바 있다. 오슬로는 북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석방 문제를 논의했던 곳이고, 바르샤바는 북한 특별대사관이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내 첫 연설을 한 지역이다. 아시아에서는 북한 및 미국과 각별한 외교관계를 수립한 몽골과 역시 북한 대사관이 있는 방콕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박준우·김남석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