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당일치기’로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안미션 센터장, 폼페이오 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북측 통역, 김 위원장,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 美 “北 풍계리사찰단 초청”

비핵화 조치 검증수용 성과
2차 美北정상회담 개최 탄력
11월 중간선거 전후 가능성

영변·ICBM 등은 언급 안돼
향후 실무협상 논의가 관건
‘康 중재안’ 수용 여부 주목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4차 방북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첫 검증 수용’이란 진전을 이룬 만큼 2차 미·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 조율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방북에서 영변 핵시설이나 장거리 탄도미사일 폐기 등 비핵화의 핵심적 조치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여 향후 미·북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실무협상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최근 제기한 ‘핵리스트 신고 연기’ 중재안이 미·북 협상의 관건이 될지도 주목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 대해 “비핵화 협상의 흐름이 이어지게 됐으니 잘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북이 실무협의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협상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금까지는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등 비핵화에 관한 단편적 논의가 이뤄졌고 포괄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었다”며 “이제부터는 이런 단편적인 것들을 모아서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도 이날 출근길에 “(폼페이오 장관이) 좋은 성과를 갖고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서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나 장거리 탄도미사일 폐기, 종전선언 합의 같은 미국의 상응 조치 등의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향후 실무협상에서 이 같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둘러싸고 미·북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실무협상에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관련 합의들이 추인되면서 비핵화 협상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이 당국자는 “실무협상과 정상회담에서의 합의가 이뤄지면 최선이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도 비핵화 협상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미·북 정상이 만나서 중간 점검을 하면 그것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북 협상 중재안을 내놓은 강 장관은 “(미국이) 융통성을 가지고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실무협상에서 양측의 합의나 타결이 없더라도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는 조기에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강 장관은 “구체적인 날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미국 중간 선거 전에 개최될 가능성에 “가능성은 다 열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결과에 대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오전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다 밝힐 순 없지만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도 가까운 시일 내 개최돼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이 더 큰 탄력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미국 측을 배려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점도 향후 전망을 낙관하게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서 미국이 불편해하는 ‘강경파’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과거와 달리 배석을 하지 않은 것은 미국을 다소 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후 트위터에 “남북 관계의 진전이 비핵화에 대한 진전과 반드시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우리의 한국 친구들 및 동맹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